남해에서의 하루: 남해 여행은 이렇게 좋았다
사실 남해에 제대로 여행을 간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남해 아난티에 묵으면서, 골프를 치지 않는 저만 따로 나와서 돌아다녔습니다. 하루는 숙소에만 있었으니 결국 딱 하루를 밖에서 보낸 셈.
시간도 부족한 여행이었지만, 후기를 써봅니다.
참고로 남해 아난티 후기는 여기↓
https://cabinetofwonder.tistory.com/131
남해는 무조건 드라이브다
남해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지도를 보면서 적당히 루트를 짜고, 혼자 드라이브를 하면서 돌아보는 게 아닐까 싶네요. 루트를 짠다고 해도 세세한 계획이나 시간표를 짜는 게 아니고 그냥 대충 방향과 식사할 곳 정도를 찍어두면 됩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P입니다
https://cabinetofwonder.tistory.com/110
[남해 여행 계획] 남해 여행가기 전 정보 모음 (가볼만한곳, 지도, 먹어야할 것)
9월 말 남해에 여행을 갈 예정이라 미리 계획을 짜볼 겸 남해 관광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더보기 1. 남해 여행 지도 2. 남해 가볼 만한 곳 - 가천 다랭이마을 - 남해 독일 마을 - 금산
cabinetofwonder.tistory.com
저는 남해 아난티→미국 마을 앞을 거쳐 보리암→미조면~상주면(상주 은모래 비치) 일주→가천 다랭이 마을 쪽으로 돌아오는 루트를 짰습니다. 약간 비효율적인 면이 있지만, 어차피 차로 이동하는 건데 뭐.
혼자서 음악 틀어놓고 느긋하게 드라이브를 하는데, 가장 멋진 풍경은 지도에도 없는 '가는 길' 곳곳이었어요.
하늘은 파랗고, 땅은 노랗고. 보정조차 필요 없는 색감.
제가 갔을 때는 9월 말이었는데, 아직 벼 수확을 하지 않은 곳이 많아서 더욱 땅과 하늘의 대비가 두드러졌습니다. 바람은 솔솔 불고, 밖으로 나가기 좋은 날씨.
바다는 잔잔하고, 색깔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아빠가 했던 "남해는 다정하다"라고 했던 말을 실감할 수 있었던 때.
여기도 가다가 풍경이 너무 쩔어서 잠시 정차해서 구경했던 '그냥 길가'. 무슨 지중해 마을이라고 해도 믿을 듯...
오전에는 아주 화창하다가, 오후부터 구름이 많이 끼긴 했는데 그것도 좋더라고요.
여기는 아마... 다랭이마을에서 돌아가는 길가. 누군가가 일부러 가꾸고 정렬하지 않아도 무성한 풀숲 사이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광경이 예뻤어요.
'인생샷 찍기 좋은 곳'이나 '포토스폿'을 따로 찾아서 찍고 다닐 필요도 없이, 그냥 길을 가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즐거움은 정말 특별합니다.
.... 하지만 그래도, 남해가 자랑하는 몇 군데 장소는 찾아가 보지 않으면 아쉽겠죠.
남해 관광지: 금산 보리암, 상주 은모래 비치, 다랭이 마을
찍고 온 관광지는 세 군데.
# 금산 보리암
태조 이성계가 기도를 올리고 건국했다는, 대한민국에서 어떤 곳도 이길 수 없는 스토리텔링(.....)을 가진 절인 보리암.
'암자'이기 때문에 크기는 매우 작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염원을 걸어놓은 색색깔의 등이 이 절의 효험(?)을 알려주는 듯하네요.
보리암의 주차 팁
보리암은 들어가는 길이 조금 어려운데, 쭉쭉 올라가다 보면 입구가 나옵니다. 특산품을 파는 상점과 널찍한 주차 공간이 있는데 여기는 제1 주차장으로, 여기에 차를 대고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가면 약 30분 정도 걸립니다. (버스비는 별도)
제1주차장에 주차하지 않고 약 10여분 더 구불구불 올라가면 제2 주차장이 있고, 여기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으면 보리암과 금산 정상으로 갈 수 있습니다. 다만 주차장이 작기 때문에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토요일 오전에 갔는데 한 15분-20분 정도 기다린 듯.
보리암도 보리암인데, 개인적으로 저는 금산 정상에서 보는 남해 정경이 더 좋았어요.
입구에서 길이 갈라지면서 친절하게 표지판이 안내해주는데, 정상까지는 걸어서 10분도 안 걸립니다. 좀 오르막이긴 하지만.
국토 종주 중인 산악회 회원들을 제외하곤 사람도 많이 않아서, 바위에 앉아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상주 은모래 비치
점심을 먹고 상주 은모래 비치에 들렀습니다. 가을이라 이미 해수욕장은 폐장했지만 그래도 바나나 보트나 가벼운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은 있었어요.
정말 모래가 곱고 부드러워서, 신발을 벗고 푹푹 걸어 다니는 재미가 있습니다.
근처에 화장실과 식당 등의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소나무 숲 속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쉴 수도 있습니다.
#가천 다랭이마을
해 질 녘 즈음에 다랭이 마을을 지나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시간 관계상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보지는 못했는데, 주말 오후가 되니까 사람이 정말 많더라고요. 주차도 빠듯하게 함....
정작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는 좀 어수선하고 어울리지 않는 판자 지붕이 널려서 예쁘지는 않으니, 다랭이마을의 전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위쪽을 추천.
먹은 것, 마신 것
혼자 돌아다니면서 가장 슬펐던 것은 남해 특산 멸치쌈밥은 대부분 2인분부터 주문 가능이라는 것. 흑흑.. 솔로 여행자 서러워서 살 수가 있나..
그래도 점심은 혼자 호화롭게 복튀김 정식을 먹긴 했으나 디저트만큼은 남해 특산을 먹고 싶었어요. 그래서 유자 전문 카페를 찾아갔습니다.
처음 간 곳은 '백년 유자' (주소: 경상남도 남해군 남면 남서대로 768)
남해 특산인 유자를 이용한 유자청 등을 파는 카페인데, 특이한 것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 사람씩 카운터에서 '테이스팅'을 한다는 것. 다짜고짜 유자주스와 유자몽 주스를 작은 잔에 따라줍니다.
와, 이거 먹고 유자 음료를 안 마실 수가 없었어... 상큼한 유자향과 함께 부드러운 단맛. 개인적으로는 유자몽보다 유자 주스가 더 좋았는데, 유자몽 역시 자몽 특유의 쓴맛은 전혀 느낄 수 없는 부드럽고 달달한 주스였습니다.
물론 유자 원액도 사 왔습니다. 지금도 달달하게 한 잔 타서 먹고 있어요.
그리고 오후에 들러서 당 충전을 한 곳은 '카페 유자'로, 유자 카스테라를 파는 곳. (주소는 경상남도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 1423)
유자가 남해 특산물 중 하나인만큼 유자빵을 파는 곳은 여기저기 많은데 여기 카스테라가 각별하게 맛있습니다. 매우 폭신하고 부드러우면서, 적당히 상큼. 너무 달지 않은 게 좋았어요. 선물로 카스테라를 몇 상자쯤 사갔는데 매우 호평받았습니다.
주택 안뜰을 개조한 야외석에서 잠시 한숨 돌리기에도 좋습니다. 단, 주말에 가면 주차는 빠듯하고 자리가 없을 수도.
회상을 마치며
남해는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부지런하게 돌아다니면 하루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저에게는 무척 아쉬웠습니다. 한 일주일쯤 느긋하게 지내면서 조금씩 다 둘러보고 싶은데 다음번 기회를 노려야겠어요.
분명 잘 알려진 남해의 유명 관광지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고 각각의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아요. 하지만 그런 곳들만 휘리릭 찍고 가서 "아 뭐야 볼 거 없네"하고 돌아서면, 그 옆에 있는 너무나 많은 곳을 못 보고 지나치게 됩니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보다 그 표지판이 서 있는 길가가 아름다운 곳이니 남해에 간다면 다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드라이브를 하면서 멈추고 싶은 곳에서 잠깐 멈춰보는, 그런 느긋한 하루를 보내보았으면 좋겠네요.
저는 그게 정말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