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건강/야구

2023 WBC 체코: 일본 결과 & 경기 리뷰

원더 2023. 3. 12. 08:46

WBC 2023 체코 일본 경기 결과

전력차, 점수차, 그 어느 것도 중요하지 않았던
모두가 행복한 경기

 

국제전 첫 출전인데다,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이 투잡을 뛴다는 특이한 이력으로 화제가 된 체코 야구팀.

 

체코 야구팀 선수들 투잡
전부는 아니고 전 메이저리거도 1명 있긴 합니다

 

밥먹고 빈둥대다 중계를 켰더니 놀랍게도 1:0이라 쭉 보기 시작했는데..

 

선수들이 생전 처음으로 돔구장을 봐서 사진 겁나 찍고 오타니가 배팅 연습을 할 때 싱글벙글하면서 지켜보는 등 소박한 인상이었지만, 의외로......정말 진지하고 괜찮은 팀이었습니다. 와 진짜 매력있네요.

 

선발 투수 사토리아는 110~130km/h의 공으로 일본 타자들을 틀어막았습니다. 당신이 체코의 유희관인 것입니까...

3회말에 오타니를 헬멧이 벗겨질 정도로 큰 헛스윙으로 잡아내고 함박웃음을 짓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음..ㅋㅋㅋㅋㅋㅋ

나중에 게임볼도 야무지게 챙김ㅋㅋ 평생 안주각

 

그래도 워낙 느린 공이다 보니 타순이 한바퀴 돌고 나서부터 공략당하기 시작, 3회말 요시다에게 크게 맞아 2:1로 역전당하고 3:1로 벌어집니다.

하지만 아웃카운트를 차근차근 잡고, 공이 튀거나 잠깐 늦었어도 커버가 빠르게 들어와서 무사히 막아내는 등 제법 탄탄한 기본기가 눈에 띄었어요. 3회에서는 눗바가 친 안타성 타구를 1루수와 투수가 틀어막은 장면은 꽤나 감동적.

 

한편, 일본의 괴물인 사사키 로키도 오늘 볼거리(?)였는데요.

던지는 걸 처음 봤는데,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160km/h을 던지는구나... 스플리터가 148km/h... 포수가 좀 고생하긴 했지만 양의지보단 덜 힘들듯;

3회초 163km/h짜리 공이 체코 선수의 무릎에 맞았을 때는 진짜 으악 소리가 절로 날 정도.. 다행히 선수는 곧 일어나긴 했지만.

오늘이 동일본 대지진때 아버지와 조부모님을 잃은 기일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꽤 침착하고 듬직한 투구를 보여줬습니다. 

 

4회말에는 열일하는 미국인 눗바의 적시타로 시작해 곤도와 오타니가 차례로 적시타를 내면서 7:1의 빅이닝을 만듭니다.

와 진짜 아름답게 친다.........

 

오타니의 인상적인 점을 꼽으라면 그냥 저것이 실존하는 인간이라는 사실 그 자체(........)지만, 전력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나는 체코전에서도 보내기 번트와 3루 도루 등 정말 진지하게 임하는 게 보여서 그것도 심쿵했네요.

그나마 오늘은 그제 어제에 비해서 활약이 좀 덜했는데 기록지를 다시 보니 3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 1도루로 꽉 차있음... 뭐여 진짜..

 

점수차가 벌어진 5회초에도 체코는 끈질기게 붙었고, 7:2로 한 점 따라갑니다.

체코계 메이저리거인 에릭 소가드는 붙을 때 좀 조심해야 할 듯.

 

5회말에 8:2, 8회말 마키 쇼고의 솔로 홈런 및 이어지는 안타로 10:2까지 벌어졌지만 체코는 계속 투지를 보여주면서 9회초까지 끌고 가는 저력을 보여주며 경기를 마쳤습니다.

 

체코 일본전 오타니 쇼헤이

 

체코가 압도적인 전력차, 몇 시간 쉬지도 못하고 내일 12시에 다음 경기가 있음에도 마지막까지 주요 마무리가 몸을 푸는 등 끝까지 소신겜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이 좀 밋밋하고 확실히 리그 수준 차이의 한계가 있었지만, 중간중간 쉬운 투수가 나와서 좀 맞았다 뿐이지 거의 한 순간도 상대를 그냥 보내주진 않았습니다. 

도망가는 피칭도 없었고, 투수 교체할 때도 쫄려서 허겁지겁하는 인상도 아니었어요.

 

워낙 야구 환경이 열악하니만큼 체코 선수들에겐 도쿄돔을 밟는 것 자체가 꿈이었다고 하는데, 그들은 그 꿈의 자리에서 후회없는 경기를 했습니다. 8점 차이였지만 체코 선수들은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도 될 만했고, 보는 사람에게도 좋은 경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