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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WBC 한일전 결과 & 경기 내용 리뷰

원더 2023. 3. 11. 01:51

 

 

 

 

WBC 2023 한일전 결과

4시간 동안 야구팬을 고문하는
가장 잔인한 방법

 

일본의 전력이 압도적인 것도 사실이고, 우리나라엔 이런저런 불안 요소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렇게는 되지 말았어야 하는데..........

 

전반적으로 어제만큼 아다리가 안 맞진 않았고, 초반에는 쾌조의 스타트로 다르빗슈에게서 4점을 뽑아내며 달렸습니다. 

그러나 그 바로 직후에 역전당하고 그때부터 마운드는 그야말로 경기 중에 망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개같이 멸망했고, 타선도 힘을 얻지 못해 처참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밥값 못한 전현직 메이저리거들도 아쉽지만 가장 뼈아픈 건 와르르 마운드.

투수가 잘 던진다고 무조건 이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투수가 못 던지면 100% 지는 게 야구예요.

근데 정말 투수력 차이가 쪽팔리게 나더라고요.

아니, 그래도 소신 있게 던지다 맞은 얼라들은 그렇다 쳐. 

짬바가 무색하게 주자와 위기를 쌓아놓고 런한 베테랑들과 칼같이 잘못된 타이밍에만 투수 교체한 감독은 대체 뭐야? 

 

안 그래도 답답하고 화가 나는데, 경기 보던 아빠한테 이게 다 열심히 안 해서 그런 거라는 60년대생 종특 발언에 너무 서럽기까지 해서 방에서 쓰는 눈물의 리뷰...

 

 

경기 결과

  점수 안타 홈런 잔루 실책 주요 선수
한국 4 6 2 4 1 김광현 (패전 투수)
양의지 (1안타 1홈런 2타점)
이정후 (2안타 1타점)
박건우 (1안타 1홈런 1타점)
일본 13 13 1 8 1 콘도 겐스케 (2안타 1홈런 2볼넷 3타점 3득점)
요시다 마사타카 (3안타 1볼넷 5타점)
오타니 쇼헤이 (2안타 2볼넷 3타점 2득점)

 

투수 기록

진짜 미치겟다...

김광현 2이닝 3피안타 4실점 4자책 2볼넷 5K

원태인 2이닝 2피안타 1실점 1자책 1볼넷 1K 1피홈런

곽빈 0.2이닝 2피안타 1실점 1자책

정철원 0.1이닝 1피안타 1실점 1자책 

김윤식 0이닝 3피안타 3실점 3자책 2볼넷

김원중 0.1이닝 2피안타 1실점 1자책 

정우영 0.2이닝 1피안타 

구창모 0.1이닝 2피안타 2실점 2자책

이의리 0.1이닝 3볼넷 1K

박세웅 1.1이닝 0피안타 0실점 1K

 

타자 기록 

1번 토미 에드먼 (2루수): 4타수 0안타 

2번 김하성 (유격수) : 4타수 0안타 1득점 (상대 실책 출루)

3번 이정후 (중견수) : 4타수 2안타 1타점

4번 박병호 (1루수) : 2타수 0안타

       박해민 (교체) : 1타수 0안타 

5번 김현수 (좌익수) : 4타수 0안타 

       최지훈 (교체) : 0타수 0안타 

6번 박건우 (우익수) : 4타수 1안타 1홈런 1타점 

7번 강백호 (지명타자) : 4타수 1안타 1득점

8번 양의지 (포수) : 4타수 1안타 1홈런 2타점 

9번 최정 (3루수) : 3타수 1안타 1볼넷

 

이쯤 되면 전현직 메이저리거는 다 스파이 아님?

 

경기 상세 내용

초반엔 진짜 괜찮았어요. 광현이 오늘 미쳤네... 싶었음 딱 2회까지 계속 풀카운트까지 가는 게 반복돼서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어쨌든 오타니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쇼를 보여주면서 좋은 스타트.

 

3회에는 다르빗슈를 상대로 강백호가 깨끗한 2루타로 나가고 뒤이어 양의지가 좌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 2:0으로 앞서갑니다.

하... 의지는 어쩜 이름도 의지일까.

 

2아웃 후에는 김하성이 실책으로 2루까지 진루하고 그다음 이정후가 적시타를 치면서 1점 추가. 점수는 3:0로 한국이 앞섭니다.

이때까진 꽤 행복했어요. 모든 것이 어제보다 훨씬 안정적이었고, 특히 타자진이 다 좋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바람의 방향은 한순간에 변하는 법.. ㅅㅂ 돔구장인데 풍향 변화에 자비가 없더라

3회 말 볼넷으로 출루한 주자가 라스 눗바의 적시타로 3:1. 이후 콘도 켄스케에게도 처맞고 3:2가 되면서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이때까진 너무 소극적으로 나가지 않아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김광현이 노아웃에 2,3루 만들어놓고 오타니 타석을 맞이하여.... 오타니를 고의사구로 거르고 물러납니다.

 

투수는 원태인으로 교체. 5번 타자 요시다에게 역전타를 허용하면서 분식을 하지만 나머지는 스스로 마무리하며 3회 말은 3:4로 끝납니다.

 

후. 4회는 무사히 넘어가고, 5회 초에도 점수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최정과 이정후의 안타 등이 있어서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요. 

그러나 5회 말 콘도 겐스케의 솔로 홈런으로 3:5가 되자 원태인이 교체됩니다.

 

오타니 타석에 제발 우리 애만 안 나오길 빌었는데 곽 빈 뙇.

꽤 자신감 있게 시원시원한 투구를 했지만 오타니의 2루타로 시작되는 안타를 맞으면서 점수는 3:6.

그리고 또 설마 다음에 우리애가 나오진 않겠지 않는데 정 철 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기절하는 줄... 다행히 일단 아웃을 잡고 내려갑니다.

 

6회 초 그나마 좌투수 킬러 박건우의 솔로 홈런으로 4:6으로 따라갑니다.

 

6회 말 정철원은 깡으로 밀어붙이다 나카노에게 3루타를 맞고 교체됩니다.

뭐 우리 애라서 하는 소리지만, 노아웃 3루이긴 하지만 앞에 주자도 없었고, 철원인 원래 불펜이고 위기 상황에서의 멘탈도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무엇보다 볼질을 하진 않았음. 그러나 이강철 감독은 여기서 바로 정철원을 내리고 김윤식을 올리면서...

멸망이 시작됩니다.

 

몸에 맞는 공+볼넷+밀어내기라는 투수 교체가 낼 수 있는 최악의 결과를 내고 점수는 4:7.

 

이다음부터는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메모장에 해둔 기록도 날아가는데, 투수를 너무 많이 바꿔대서 나중엔 기억이 안 남... 기록지를 보니 주자 있는 상황에서 미친 듯이 투수를 바꿔대고 바꾸는 족족 안타를 처맞으면서 점수는 한점, 한점, 또 한 점씩 나서 정신 차려보니 4:11이 되어 있었음...

 

기세는 완전히 꺾이면서 이후 한국팀 공격은 땅을 팝니다.

그 사이에 투수는 또 바꿔대고, 끔찍한 볼넷과 폭투와 밀어내기가 이어집니다. 이의리가 눗바의 등에 공을 맞추고 오타니에게도 꽤 아슬아슬한 공을 던졌는데 그건 상대가 나이스하게 넘어가줘서 망정이지 꽤나 아찔한 장면. 

점수는 4:13. 이쯤 되니까 와 그냥 오타니 홈런 치는 거 보고 콜드 당해서 이 굴욕적인 시간이 빨리 끝났으면 싶더라.. 

 

그러나 마지막 투수인 박세웅이 올라와 모처럼의 씩씩한 투구로 굴욕의 시간을 연장시켜 준(?) 덕분에 

더 이상의 실점도, 득점도 없이 9회가 끝났습니다.


 

.... 사실, 국제 대회의 성적 자체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국위선양에 몸 바치는 쌍팔년대도 아닌데 평소에 스포츠 룰도 제대로 모르는 머글들이 태극기 흔들면서 더 신나 하는 게 국제 전입니다. 팀팬으로서는 솔직히 덥씨 8강 정도보단 우리 선수들 안 다치고 돌아오는 게 더 좋아요. WBC는 군면제도 없고, 시즌 전에 몸도 갈리고, 그러다 실수라도 하면 전 국민에게 물어뜯기는데. 한화가 승자다

 

하지만 그래도 다들 보는 앞에서 경기가 이렇게 망하면, 스포츠 자체에 유입 자체가 줄고 한동안 침체기에 빠지게 됩니다. 그게 문제였던 건데. 

 

일본을 압살 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제 경기 보고선 솔직히 미리 조졌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무너지면 안 되었는데.

선수들을 위해서도, 응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야구를 위해서라도.

 


+) 밤 1시가 넘었고 이젠 다 포기해서 그런지 점점 머리가 망가져서 이상한 데서 긍정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냥 다 모르겠고 우리집 귀한 포수는 곱게 쓰고 돌려주세요. 

빈철원이 합쳐서 1이닝밖에 안 던지고 사이좋게 1 실점씩 나눠하긴 했지만, 둘 다 배짱만은 있었고. 긴장한 티가 좀 나긴 했는데 앞으로 남은 경기를 치르면서 좀 더 성장할 게 기대됩니다.  

 

국제적 수준차라는 것을 실감해서 조금 우울하지만, 뭐.. 내가 한국 야구 안 볼 것도 아닌데. 앞으로 올라갈 일만 볼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건 또 그것대로 괜찮은 기분이네요.

 

그리고 오타니가 진짜 미친놈이란 걸 알게 되었고 눗바.. 눗바를 기억함.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생겨버려서 조금씩 찾아보는 중. 

...좋아. 이것만으로도 좀 견딜 수 있겠군요. 다음 경기나 보고... 오타니 짤이나 모으고... 계속 야구를 좋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