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건강/야구

올해 좀 많이 이상한 두산 베어스의 스토브리그

원더 2022. 11. 21. 17:58

두산 2022시즌 마지막 경기

 

2022년 시즌 두산의 최종 순위는 9위.

ㅎㅏ.......... 

진짜 겁나 못했습니다. 아아아ㅏㅏㅏㅏ가ㅑ악!!! 

저는 시즌 막경기 직관도 갔었거든요. 호미페의 귀신같은 병살타로 꿈처럼 덧없이 끝나버렸던 9회가 아직도 생생함....

 

야구 없는 가을은 정말 오랜만이지만, 이번엔 그냥 조용히 짜져서 내년 준비나 하자는 마음이었는데....

그때는 몰랐죠. 우리의 야구는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1. 이승엽 신임 두산 감독

이승엽 두산 감독

 

썰이 돌았을 때만 해도 '야 무슨ㅎㅎㅎ 헛소리하지 마...'같은 반응이었는데 그게 찐이었음. 두산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고, 삼성의 영구결번인 데다 구장에 벽화까지 있는 분이..?

 

이승엽 감독이 두산 점퍼를 입고 돌아다니는 영상을 보고, 22년 곰들의 모임에서 처음 얼굴을 맞대서 조금은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낯을 가리게 됩니다. 전임인 김태형 감독을 워낙 오래 보기도 했고, 이젠 카메라가 덕아웃 비출 때면 곰탱이 한 마리가 아니라 사자를 보게 될 거라니 아직 적응이 다 안 되네요. 그래도 금방 익숙해지겠지. 돌이라고 욕하거나

 

 

2. 정철원 KBO 신인왕 수상

 

분명 올해 3월엔 김태형 감독이 "올해 신인왕 후보? 없어" 랬는데 어디선가 바람처럼 나타난 정철원이 58경기 72.2이닝 4승 3패 3세이브 23 홀드 ERA 3.10 WAR 2.51을 찍으며 미친 듯이 활약해, 12년 만에 신인왕을 배출한 경사가 있었습니다.

철원아 많이 던져서 힘들었지 그래도 난 너 때문에 올해 야구 봤다.......

 

튼동님 보고 있어요?!?!?!!

 

데뷔전부터 152km를 찍은 구속, 멀티 이닝 소화력과 흔들리지 않는 강철 멘탈 및 묘한 또라이 기질 등 눈여겨볼 점은 많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선발 투수의) 승리를 지켜주고 그 사람의 밝은 표정을 볼 수 있는 것이 불펜의 매력"이라고 했던 인터뷰. 

 

얜 진짜 난 놈이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더더더 잘할 거라고 믿음...

 

 

3. 양의지 복귀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스토브리그. 올해 FA의 최대 화두는 단연 포수로, 포수가 많이 나오기도 했지만 거의 모든 팀들이 포수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뜨겁게 과열되는 분위기였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큰 중심인물은 단연 양의지.

 

양의지 린의지
일명 '린의지'

 

30대 중반에 두 번째 FA인데도 대체할 만한 선수가 전혀 없는 최상급 포수라서 다들 미친 듯이 원하는 마성의 남자.

 

두산은 여태까지 스토브리그에서 좋은 일을 당해본 적이 별로 없고(....) 양의지도 팬들에겐 아직도 잊지 못하는 두산의 안빵마님이지만 4년 전에 돈이 없어서 떠나보냈던 선수이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모처럼 신임 감독을 모셔왔으니 뭔가 선물을 주긴 하겠지, 그게 양의지였으면 좋겠지만 그럴 리가... 란 분위기였습니다.

 

두산 양의지 강력한 영입 의지

 

그런데..... 갑자기 MBC에 두산이 양의지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뉴스가 뙇!

아니, 이 정도면 공중파 프로포즈 아니냐?

보통 공중파 뉴스에 뜰 정도면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편이라 두산 팬들은 "양의지 진짜 오는 거 아니야?"라며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베이스볼 코리아 트위터

 

하루가 가기도 전에 일부 야구 관련 유튜브 및 뉴스 매체들로부터 "그런 적 없다", "NC가 유리하다" "한화도 포수를 노리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두산팬 절망

 

양의지 인스타그램

 

그랬는데 그날 밤, 양의지의 인스타그램에 맞팔이 1명 늘었다는 제보가 나옵니다. 

 

아니, 그런데 그 이름이...?

정원 박....

박 정원.....

 

두산 박정원 회장

 

두산 그룹 회장이자 두산 베어스 구단주 이름 박. 정. 원.

 

양의지 인스타
쇤네가 봤구만유
쇤네가 봤구만유!!!

 

분명히 예전엔 129명이었고 방금 양의지가 새로 맞팔한 게 맞다는 쇤네도 등장. 그렇다면 이게 진짜 두산 구단주의 비계가 맞냐는 게 문제인데..........

 

박장원 인스타

 

비공개 계정이지만 겹치는 팔로워를 확인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의 특성으로 인해 이 계정을 팔로우를 몇 명 알아볼 수 있었는데...

 

  • 유희관 (전 두산 투수)
  • 오재원 (전 두산 주장)
  • 이승엽 (현 두산 감독)
  • 박찬호 (LA 출신 투머치토커)
  • 양의지 <new!

유희관 디엠

궁금함을 이기지 못한 팬이 맞팔인 유희관 해설위원에게 DM을 보내 물어보기까지 함... 그리고 언제나 팬들에게 하나하나 답글을 달아주는 그의 대답 : 네^^ 

 

그리고 광기에 사로잡힌 야구팬들이 이 계정을 탈탈 털기 시작해 확인한 팔로잉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정용진 SSG 랜더스 구단주
  • 허구연 KBO 총재
  • 두산의 네임드 팬 유튜브 계정 베어스튜브
  • 서현숙 두산 치어리더
  • 안권수 (두산 선수)
  • 허경민 (두산 선수)

등등등...

 

아니 근데 이건 구단주가 아니라 그냥 야빠의 계정 그 자체...

베어스튜브엔 구단주 욕이 꽤 올라오는데, 팬 계정까지 섭렵하고 있다니요. 구단주의 야구 사랑이 찐이고, 앞으로도 결코 팀은 팔지 않을 것이라는 넘치는 야구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기업 회장이자 야구팀 구단주의 비공계 계정이 탈탈 털리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지는 가운데, 다시 문제는 돌고 돌아서 "양의지는 왜 박정원과 맞팔을 했나"가 됩니다.

 

 

"구단주를 만나고 인스타그램까지 텄으니 이건 빼박 영입 각이다"라는 의견과, "조율하면서 밥 한번 먹고 연락처 교환할 수 있는 거 아니냐, 너무 설레발치지 말자"는 좀 더 조심스러운 의견으로 나뉘었습니다. 

그동안 두산이 워낙 많은 선수들을 떠나보냈고, 당장 샐러리캡 등의 돈 문제가 걸려 있어서 큰 희망을 가지기에는 어려운 상황인데 너무나 비현실적인 사건이 터졌다 보니 다들 행복 회로가 돌다 못해 과열되어 터질 지경.

 

다들 얼마나 제정신이 아니었냐면 11월 20일에 있었던 두산 팬페스티벌인 '곰들의 모임'에서 신입단 선수 소개할 때 괜히 혹시...설마...? 하는 분위기로 팬들 술렁댔을 정도.(ㅋㅋㅋㅋㅋㅋ.......

잠실에 있던 두산 팬들은 다 의지, 양의지, 구단주, 이런 단어를 말하고 있었음...ㄹㅇ

 

하지만 다른 포수 FA 계약이 먼저 뜨고, 계속해서 소식이 없어 우리 그냥 소원은 빌지만 너무 희망을 가지지 말자는 쪽으로 대세가 기우는데........

 

11월 21일, 박정원 구단주의 비계에서 사진 한 장이 유출되고 맙니다.

 

박정원 양의지 이승엽 인스타
??????????????????????????????????

 

오마카세가 45만 원짜리라는 것에 놀라야 하는지, 진짜 양의지 오는 건지, 대기업 회장의 비계가 이렇게 털려도 되는 건지, 좌승엽 우의지라 야빠로서 너무 부럽다...는 온갖 생각이 휘몰아치면서 두산 팬들 지금 미쳐있는 상태.

 

정말 행복하긴 한데 이게 공식 발표가 아니라서 아직 다 못 믿겠고, 행여나 막판에 어그러지면 견디지 못할 거 같아서 애써 마음을 잡는 중. 

아..으...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이게 바로 낭만이야...!!!!!!!!

 

이렇게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역대급 스토브리그는 처음이네요. 아직 현재 진행형이지만.

너무나 힘들었던 곰들의 2022년, 다 가기 전에 웃을 수 있을까...?

 

의지가 보인다는 거야

 

그리고 11월 22일.....

 

양의지 옷피셜
*4년 전 사진 아님*

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아ㅏ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ㅏ

4+2년에 152억이라는 미친 조건이지만 내 돈도 아니고 박정원씨가 많이 벌면 되니까 뭐... 오버페이같지만 우리가!!!

10년 동안 보내고 보내고 보냈던 설움까지 단번에 날아가는, 처음으로 행복한 FA네요. 이게 낭만이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

딱 하나 남은 한이 있다면 세혁이 대우 잘 받고 좋은 곳 갔으면..

 

내년 야구 생각하니까 벌써 설레... (*´∪`) 

 

 

4. 박세혁 NC행

두산 박세혁
이제 우리 빡세!!! 빡세!!!를 못 듣는 걸까

아.. 이게 또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는 법. 

두산의 포수였던 박세혁은 NC로 이적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지금 단계 거의 확정인 듯?)

 

이별을 한두번 해본 것도 아닌데 이번엔 조금 마음이 너무....아프긴 하네요.

백업으로 시작해서 후배들 잘 챙겨주고 팀을 우승까지 이끌어준 소중한 포수인데, 내내 잘해주지 못한 거 같아서. 심한 부상을 당하고 복귀한 뒤에도 지금까지 안 좋은 말을 너무 많이 듣고...

 

솔직히 저는 4년 전 의지가 없어도 세혁이가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었고, 내내 고생한 거 봐서 정말 고맙고 미안한데 악플러 따위 무시하고 응원이라도 더 해줄 걸. 그게 엄청 후회되네요. 

그라데이션으로 미안해지더니 이젠 눈물남....아니 ㅅㅂ 나 생각보다 빡세 많이 좋아했었네...

 

가서 다시는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야구했으면 좋겠다. 솔직히 여기 있었을 때보다 더 잘했으면 좋겠다. 우리 팀에서 다른 팀 간 박씨들은 다 잘하니까!!!!!!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