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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틴2> 제작 소식을 보는 복잡 미묘한 심경

원더 2022. 9. 17. 17:47

 

<콘스탄틴>의 후속작이 무려 17년 만에 제작된다는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키아누 리브스가 다시 존 콘스탄틴을 맡을 예정.

 

틸다 스윈턴의 가브리엘과 성스러운 법규짤이 매우 유명

 

2005년에 개봉한 <콘스탄틴>의 주인공인 존 콘스탄틴은, 삐딱하고 냉소적인 퇴마사로 선악의 균형 유지를 위해 인간 세계를 침범한 악을 물리치고 인간들의 영혼을 구해주지만 정작 그 자신은 구원받지 못하는 상황. 

 

천사와 악마 사이에 끼여서 거창한 사명감이나 투철한 정의감 없이 그냥 술과 담배에 찌들어가는 존의 모습과 강렬한 인상을 남긴 루시퍼(피터 스토메어)/가브리엘(틸다 스윈튼)의 비주얼이 일반 관객들에겐 꽤 화제가 되었고, 평론이나 흥행 스케일에 비해 많이들 기억하는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도 2편 제작 소식이 반갑기는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복잡한 심경이 드네요. 

 

 

콘스탄틴이 DC 히어로인 거 아는 사람?

 

네, 그렇습니다. 존 콘스탄틴은 DC 코믹스의 캐릭터입니다. 진짜로요. 

 

헬블레이저 표지

 

정확히 말하면 콘스탄틴이 나오는 코믹스는 버티고 코믹스의 <헬블레이저>(1988~)였는데, 이 회사를 나중에 DC 코믹스가 먹었어요.

<헬블레이저>는 진짜 죽여주는 아트와 어둡고 시니컬한 분위기가 특징인 성인용 호러/오컬트 탐정물.

 

인저스티스 갓즈 어몽 어스 존 콘스탄틴
모르는 사람이 보면 세계관 파괴짤

 

DC 코믹스의 눈물 나는 한국 내 인기 때문에 진짜 모르는 사람 수두룩하지만... 존 콘스탄틴은 배트맨과 친구... 친구는 아니지. 아무튼 아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원래는 별도의 세계관인 <헬블레이저>에만 있었는데, 버티고가 인수되면서 DC 코믹스의 슈퍼히어로(... 아마) 중에 하나로 편입되었으며 마법, 오컬트와 관련된 팀인 '저스티스 리그 다크'에 소속되어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여러가지로 영화와는 많이 달라요.

 

 

 

 

금발이냐 흑발이냐 그것이 문제는 아니로다

 

DC 덕후들한테 영화 <콘스탄틴> 이야기를 꺼내면 아마 좀 복잡 미묘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볼 수 있을 텐데, 앞서 언급했듯 코믹스와는 여러 가지 부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콘스탄틴
CW버스의 콘스탄틴

 

먼저 제일 대표적인 건 콘스탄틴의 외모. 보다시피 원작의 콘스탄틴은 금발이고 비주얼로만 따지면 영화보다 드라마가 싱크로 100%이긴 합니다. 

... 물론, 영상화를 하면서 주인공이 꼭 원작과 완벽하게 똑같이 생길 필요는 없죠. 일본의 코스프레 영화들 꼴나긴 싫으니까. 

그래도 금발에 꾸질한 트렌치코트가 트레이드마크인 캐릭터인데 창백한 흑발에 올블랙 정장이면 이게 같은 인물이 맞는지 좀 헷갈리지 않겠니? 

 

일부 사람들이 이런 칭얼거림을 듣고 "원작 팬들이 (중요하지도 않은) 머리색 가지고 작품을 까내린다."라고 하는데 그건 좀 억울한 비난입니다. 단순히 머리 색깔이 문제는 아니거든요.

더 큰 문제는 '콘스탄틴'이라는 캐릭터를 구성하는 요소입니다. 영화의 존도 상당히 시니컬하고 인생 다 포기한 담배에 쩐 폐인이지만, 이게 원작의 콘스탄틴에 비하면.......... 귀엽지. 

 

만화 콘스탄틴

 

원작의 존 콘스탄틴은 시크와 시니컬의 극치를 달리는 개새끼로, 매우 영악하고 선악의 구분이 정말로 희박합니다. 어느 정도냐면 트리니티워 때 접촉한 사람을 타락시키는 판도라의 상자가 이미 타락할대로 타락한 콘스탄틴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

게다가 천사와 악마 양쪽에 다 찍혔기 때문에 콘스탄틴하고 엮이면 같이 취급되어 인생 막장행 급행열차... 요약하자면 막 악당은 아니지만 내 지인은 아녔으면 좋겠는 그런 인물... (욕하는 거 아님, 팩트 서술 중) 

 

주인공에 걸맞게 <헬블레이저> 작품 자체의 분위기도 매우 비관적이고 냉소적입니다.

 

하지만 영화 <콘스탄틴>은, 화면 색감이 좀 우중충하고 존이 삐딱하긴 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예상 가능한) 츤데레 다크히어로물에 가깝습니다. 원작은 오컬트 탐정물인데 영화는 퇴마 액션에 중심을 둔 것도 다른 점이고.

... 결국 이 모든 차이점이 모여서 '영화를 나름 재밌게 보긴 했는데, 이게 그 콘스탄틴인가?' 싶은 거죠. 

 

은은하고 이상한 마력

 

코믹스를 완전히 떼어놓고 볼 때 영화 <콘스탄틴>은 솔직히 플롯이 그리 탄탄하지도 않고, 전개는 뻔한 데다 감정선은 결핍되어 있고, 지옥의 비주얼도 아주 평이하며, 액션도 별 거 없습니다. 근데 이게 막 미친 우주 명작이 아닌데도 은은하게 볼만하고 가끔 생각난단 말이죠. 

 

이런 매력은 사실 전부 배우에게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저세상 무기력한 얼굴로 담배를 뻑뻑 피는 키아누 리브스는, 원작과의 싱크로나 깊은 감정선 처리의 도움은 하나도 받지 않고도 영화를 계속 끌고 나갑니다. 콘스탄틴의 '마성'만큼은 굉장히 비슷한 부분일지도.

 

영화 콘스탄틴 담배

 

개인적으로 DC의 존 콘스탄틴과는 별개로 키아누 리브스의 존 콘스탄틴은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이미 약간 동명이인에 비슷하지만 다른 세계관으로 인식하고 있기도 하고... <저스티스 리그 다크>의 소식은 따로 들을 테니까요. 

어찌 되었든 좋은 소재에 재미있는 작품이니, 그 은근한 마력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