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에 있는 이탈리안 유명 레스토랑 '서촌김씨'는 정확히 말하면 2개의 레스토랑입니다.
'서촌김씨 뜨라또리아'와 '서촌김씨 리스토란테'가 있는데, 각각 캐주얼한 식사, 고급 코스 메뉴를 위주로 운영되죠.
그런데 사실 이 김씨 형제(?)는 하나가 더 있으니....
바로 '서촌 김씨 오스테리아'.
하지만 서촌의 터줏대감이 된 앞선 1,2호점과 달리 3호점을 아는 사람은 좀 드뭅니다. 미쉐린 경력 셰프의 이탈리안 정통 코스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이유는 일단...
여기, 마곡에 있거든요.
위치: 여기가... 맞다고..?
아무리 봐도 이탈리안 레스토랑과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의 동네에, 정말 평범한 근린상가 건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위치는 2층 교촌치킨 옆. 엘리베이터 옆에서 이름을 확인하고도 긴가민가합니다. 정말.. 여기에..?
서촌이 아닌 건 둘째 치더라도, 마곡은 서울 식물원과 LG 아트센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각종 기업의 사옥 및 연구소, 반듯반듯하게 구획된 대형 아파트 단지가 쭉 펼쳐진 약간 신도시 느낌 나는 동네라...
여기에 감성 어린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다고? 싶을 정도인데요.
오스테리아의 문을 열면, 정말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커다란 오픈형 키친과 테이블 몇 개가 놓인 아늑한 분위기의 공간. 원룸 형태에 정갈한 책장, 따뜻한 감각의 인테리어가마치 (아주 요리를 잘하는) 누군가의 (아주 멋진) 집에 초대된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메뉴 : only 테이스팅 메뉴
기본적으로 100% 예약제고, 메뉴는 시즌별로 바뀌는 테이스팅 코스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점심과 디너는 메뉴가 동일한데, 이번 시즌의 메뉴는
- 부라타&토마토, 고등어 타르트
- 땅콩 호박을 켜켜이 쌓아 구운 전채
- 문어와 가벼운 샐러드
- 라구 볼로네제 라자냐
- 대게와 새우를 이용한 라비올리
- 소고기 부채살 웰링턴
- 티라미수
그리고 주류(병) 주문이 필수고 콜키지는 1병 5만 원.
전채 요리인 토마토와 고등어를 올린 가벼운 타르트부터 시작해서 채소, 해산물, 육류 요리를 고루 맛볼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상쾌하면서 섬세한 맛이 일품입니다.
예를 들어 저 라비올리. 라비올리는 일반적으로 만두같이 생긴 것만 봐왔는데 서촌 김씨 오스테리아의 라비올리는 피의 일부만 살짝 붙여둔 오픈형이었어요.
안에는 게살과 새우를 다져 만든 소에 샤인머스켓이 들어있어 한입 베어 물었을 때 탱글하면서도 상큼한 식감과 맛을 주는 것이 포인트.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라구 볼로네제 라자냐.
사실 라자냐는 맛이 좀 뻔하다는 인상도 있고, 다소 투박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면과 라구 소스를 층층이 쌓아 만드는 일반 라자냐와는 달리 넓적한 라자냐 면에 내용물을 싸고 잘라서 구운 요리입니다.
너무 부담스럽지도 않고, 재료 각각의 맛이 정말 부드럽게 어우러져 있었는데 여기에 너무 무겁지 않은 토마토소스도 제격.
모든 요리가 지나치게 멋을 내거나 부담스럽지 않아 편안하면서도, 구석구석 세심한 손길이 닿아있는 게 무척 좋았습니다.
한입 한입 먹어보면서 들어있는 재료와 섬세한 요리 기법을 감상해 보는 것이 즐거운 식사였네요.
종합평: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추천]
◇ 서촌김씨 오스테리아
주소: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동 774 1번지 2층 208호
주차: 건물 지하 주차장
전화: 070-7788-7316
영업시간: (평일) 18:00~22:00 (토) 12:00-15:00 / 18:00~22:00
4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되었을 정도로 솜씨가 잘 알려진 셰프가 오픈한 매장인 만큼, 요리의 질과 분위기는 훌륭합니다. 테이스팅 코스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꽤나 합리적인 가격이기도 하고요.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친한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좋은 레스토랑입니다.
.... 다만....
문제는 역시 접근성....
시내 한복판 기준으로도 차로 약 40분이 걸리고, 서울 식물원과 LG 아트센터에 왔을 때 오기 좋은 곳(예약은 필수)이긴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렇지 않다면 딱히 근처에 올 일도 없는 동네.
식당이 위치한 건물과 외부 근처 분위기는 한없이 0에 수렴한다는 것도 단점.
그리고 거리가 멀어서 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주류 주문이 병 단위로 필수라(논알콜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좀 불편한 부분이었네요.
존재 자체는 훌륭한데, 이것저것 자잘하게 걸리는 점 때문에 추천하기 전에 주절주절 조건을 늘어놓아야 한다는 게 조금 안타까운 점.
하지만 어쩌다 마곡에 갈 일이 생긴다면, 시간/공간적 여유를 가지고 멋진 데이트나 모임을 기획 중이라면 정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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