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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인피에스토> 리뷰: 코로나를 상대하는 범죄 스릴러

원더 2023. 3. 27. 15:50

 

넷플릭스 스페인 영화 인피에스토 포스터

 

<인피에스토> (2023)

장르: 범죄, 수사, 스릴러

국적: 스페인

감독: Patxi Amezcua 

플랫폼: 넷플릭스

 

요새 바하4 리멬을 하고 있어서 제 안의 스페인 이미지가 갑자기 바이러스와 사이비 종교의 근원지가 되어버림.... 


<인피에스토> 스토리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비상사태가 선언된 스페인.
봉쇄 조치가 내려진 와중에, 석 달 전에 실종되었던 한 소녀가 큰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된다. 

사건을 맡게 된 사무엘 가르시아 경위와 마르타 카스트로 형사는 소녀의 납치에 일종의 의식적인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숨겨진 피해자가 더 있었음을 깨닫는다.  

한편,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들의 일과 사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수사 지원 인력이 한정된 데다 사무엘은 감염 위험 때문에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와 만나지 못하고, 마르타 역시 동거 중인 남자친구가 자가 격리를 하고 있어 걱정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평범한 영화

 

일단 영화의 만듦새에 대해 말하자면 평범합니다.

전개도 캐릭터도 임팩트도.

 

넷플릭스 스페인 영화 인피에스토 경찰 주인공

 

수사 과정이 상당히 직선적인데, 자극적으로 과장되지 않고 현실적이면서도 답답한 전개라 이런 면에서 호불호를 탈 듯. 개인적으로는 경찰들이 열심히 발로 뛰는 수사물을 좋아해서 이 점은 나쁘지 않았어요.

다만 별다른 특색이나 매력이 없고 그저그런 수준의 모든 수사물들이 그렇듯이 후반부가 다소 김 빠지고 급하게 마무리되는 느낌도 있습니다.

 

몇 가지 의미심장한 부분이 작중에서 전혀 설명되지 않은 점도 수사물에 있어선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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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테면 왜 범인이 계속 10대만 노려서 납치하다가 마지막에는 굳이 생존자가 입원해 있는(=경찰이 들락거릴 게 분명한) 병원 앞에서 20대 여성을 잡아갔는지.

"미친놈이 아니라 정확하게 알고 행동하는 놈"이라던 범인은 그냥 단순한 미친놈이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현실적이라면 현실적이지만?) 경찰의 행보가 답답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다 아는 좁은 마을이라면서 '예언자'라는 별명으로 사람을 찾을 생각도 안 하고, 

경찰서 앞까지 찾아온 수상한 사람을 신분증만 보고 그냥 보내는가 하면,

용의자 둘이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었고 그 둘이 같이 찍힌 과거의 단체 사진에 대놓고 수상한 목걸이를 걸고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도 나중에야 발견한 점도 아쉽습니다.

막판에는 마르타가 용의자의 이름과 주소를 완벽하게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혼자 돌입하는 부분도 좀 억지스러웠고...

 

이런 수사력의 구멍이 작중 전개에 설득력을 부여하지 못해서, 주인공의 희생도 빛이 바래게 됩니다. 

 

... 그래도 코로나 초기 유럽의 봉쇄 상황과 분위기를 살짝 엿볼 수 있다는 것 정도는 기억에 남을 법하네요.

 

코로나 때문에 지원 인력을 붙여줄 수가 없으니 자력으로 해결하라는 지시가 내려오고, 형사들 본인도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고나리를 하지만, 바이러스가 얼마나 심각한지 아직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을 때라 혼란이 한층 더 배가되는 모습이 은은하게 현실적.

하지만 작중에서 코로나 사태와 범죄 수사라는 두 가지 요소가 충분히 잘 섞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스페인 작품들은 정말 묘하게 한국과 정서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그런 건 볼 때마다 좀 흥미롭더라고요. 사무엘과 마르타 사이의 건전하고 끈끈한 파트너 관계와 각각의 가족들과 나누는 감정 묘사에서 그 특유의 '감정적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영화 제목 '인피에스토'의 뜻

 

제목인 인피에스토(Infiesto)의 뜻은 스페인 북부에 실제로 있는 마을 이름으로, 작중 후반부에 중요한 지명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누구나 제목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건 바로 그 어감 때문인데요. 감독피셜로 노린 부분.

 

인피에스토라는 발음이 어쩐지 지옥(Inferno)과 비슷해서 매우 불길한 느낌을 주고, 영어 단어로 '감염된(Infested)'도 연상시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곡성 같은 느낌의 어감이랄까.

포스 넘치는 이름+광산 마을이라는 꽤 매력적인 배경이었지만 정작 그 배경을 많이 살리지 못한 건 조금 아쉽네요.

 


영화보다 더 종말 같은 현실

 

영화 자체는 그럭저럭 평범했지만, 의외로 꽤나 여운을 남깁니다. 

 

전염병이 창궐하고, 어린 10대들이 납치당해 학대당하고, 웬 사이비 종교들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세상.

.... 어디서 많이 봤다기보단, 

이젠 그냥 우리 세상 그 자체 아닌가?

 

넷플릭스 스페인 영화 인피에스토 주인공

 

봉쇄 조치 때문에 밤에 텅 빈 거리를 보고 마르타가 "세상에 종말이라도 온 것 같네요."라면서 중얼거리는 장면이 이 영화의 주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비록 유려하게 표현하진 못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심화된 전 지역적 혼란, 잔혹한 범죄, 소중한 사람들과의 이별, 일상에서 쌓여가는 피로와 무기력, 사회적 시스템의 효율 저하.... 이 모든 것을 암울한 시선으로 훑습니다.

 

그럼에도 살아남은 사람들은 서로에게 기대어 견뎌나가지만.

... 어쩌면 정말 세상은 끝나가는 중이고, 이제 겨우 종말의 시작일 뿐인지도 모르죠.

 

 

<인피에스토>

현실 같지 않은 현실이 영화가 되어버린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