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Game No Life/원신

금사과 제도 이벤트 스토리 정리 (카즈하, 신염, 피슬, 모나) / 리뷰

원더 2022. 8. 17. 15:49

 

 

 

 

 

원신 2.8 금사과 제도 리턴즈

 

시작은 이렇습니다.

 

모험가 길드에서 피슬의 부름을 받고 찾아간 행자. 

알고보니 피슬에게서 유야정토의 이야기를 들은 클레가 왕국을 재건하라며 금사과 제도의 섬을 증여(?!)해서 행자에게 함께 금사과 제도로 떠나자는 제안. 행자는 이후 벤티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던 카즈하, 신염과 만나고 피슬, 모나, 카즈하, 신염과 함께 다시 한번 금사과 제도로 떠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금사과 제도에는 저번과는 다른 비경이 생겨나 있었는데, 일행은 이 비경이 각자의 꿈과 마음을 반영해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카즈하 비경 : 변함없는 봄의 정경

원신 카즈하 원신 카즈하 비경

 

제일 먼저 열리는 카즈하 비경에서는 메인퀘+이로도리 축제 이벤트+전설퀘까지 이어져 온 카즈하의 삶의 궤적을 다시 한번 정리하게 됩니다. 약간 반복되는 감이 없지는 않지만, 카즈하의 인생 스토리는 작중에서 손꼽히게 정교하게 만들어진 내러티브. 

 

카에데하라 가문은 명문이자 도검을 만드는 장인들인 '뇌전오전' 중 하나였으나, 카즈하의 증조할아버지 대에 쿠니쿠즈시의 계략에 의해 몰락하게 됩니다. 카즈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자신의 손으로 가문을 해산시키고 방랑길에 오르게 되죠.

비경에서는 어렸을 적 쇠락해가는 가문을 직접 보고 스스로 가문을 해산시키고, 떠돌면서 친구를 만나고, 신의눈에 대해 고민하고, 지명수배를 받고 쫓기던 중 이나즈마를 탈출해 사조성호에 오르는 과정이 쭉 이어집니다. 참고로 이로도리 이벤트에서 살짝 암시되었던, 아야토가 몰래 손을 써서 도피를 도왔다는 것도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특이하게도 카즈하의 궤적을 따라가는 비경인데도 카즈하는 들어가지 못하고 일행과 따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는 이 과거의 기억들은 카즈하에게 이미 전부 해결된 일이기 때문. 친구들이 할 말을 잃을 정도로 기구한 삶, 자신의 의지라기보단 외부의 풍파에 휩쓸려 떠돌아다니는 신세지만 지금의 카즈하는 이미 훌훌 털어버리고 나름의 답을 찾아 고민도 망설임도 없이 나아가는 중입니다.

 

원신 금사과 카즈하 비경2

 

카즈하의 마지막 기억은 빛바랜 흑백 화면에 계속 앞으로만 나아가게 되어 있는 연출인데, 그가 이미 모든 걸 받아들이고 과거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

행자 일행은 친구로서 그의 흔들리고 방황하던 옛 기억을 보고 그를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원신 금사과 카즈하 비경 스토리

인생은 끝나지 않았으니, 고향이 아닌 곳이 어디 있으랴?


신염 비경 : 뜨거운 노래의 길

원신 신염원신 신염 비경

 

다음은 신염의 비경.

 

씩씩한 성격으로 주변의 비난과 편견을 이겨내며 로큰롤을 추구하는 신염의 행적을 볼 수 있으며, 거대한 꽃들에게 음악을 되찾아주는 줄거리의 비경입니다. 막판에 깜짝 등장한 절친 운근&향릉 콤비는 덤.

 

원신 신염 향릉 운근

 

전반적으로 인상에 남는 게 없을 정도로 평이합니다. 카즈하의 경우 개인 스토리가 계속 반복되는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굉장히 섬세하고 짜임새있게 만들어진 반면, 솔직히 신염은 크게 감흥이 없었다는 게 솔직한 감상이에요.

 

"이게 로큰롤의 정신이야!" "오우 너도 음악을 추구하는 동지구나?"같은 다소 붕뜬 대사들로 스토리가 이어지며, 무엇보다 로큰롤의 정신을 어떤 연주나 행동으로 보여주기보단 대사로 하는 게 전부고 그마저도 너무 모호합니다. 그래서 결국 로큰롤이란 게 저항인지 조화인지 이상인지... 신염의 강한 의지와 배려 깊고 다정다감한 면을 다 담으려고 하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니게 된 느낌.

 

마지막에 연주한 건 결국 로큰롤이 아니라 결국 리월의 음악이었고.

하지만 머리 푼 신염의 비주얼은 대호평.

 

원신 금사과 신염


피슬 비경 : 유야 묵시록

원신 피슬원신 피슬 비경

 

사람들의 마음 속에 감춰진 이야기가 비경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알자 피슬은 도망가고(....) 일행은 피슬 없이 비경에 들어가게 되는데, 피슬의 비경은 진짜 유야정토의 성.

말하는 까마귀 석상과 숨겨진 길을 찾는 공간 인식 퍼즐이 가득한 성으로, 단죄의 황녀 이야기를 읊어주는 내레이션과 연극을 하는 까마귀 석상 등 다분히 이야기 책다운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원신 피슬 에이미
숙연한 현장...............

 

중간중간에 놓인 '책'에서는 피슬의 진짜 이름인 '에이미'와 그녀의 기억이 들어있습니다. 말하자면 '현실'과 '환상'이 자리를 바꾼 셈이죠. 에이미가 살던 소박한 집의 풍경과 단죄의 황녀 이야기를 어린애의 공상이라며 이제 그만 철들라는 말에 상처받은 과거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피슬의 흑역사... 인 셈인데, 다행히 이번 멤버 구성이 상당히 어른스럽고 너그러운 캐들이라 다들 피슬을 이해하고 황녀 대접을 해줍니다. 

 

 

그리고 유야정토의 성 안에서 피슬을 만나는데 도서관에 나타난 또 다른 피슬(유야 피슬)이 오즈를 데려가 버립니다. 유야 피슬은 "유야정토는 현실을 도피하려고 만든 환상이고, 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유약한 패배자"라고 비난하지만, 피슬은 오즈의 조언으로 스스로의 약한 면을 마주 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선택합니다. 전개가 거의 페르소나

 

원신 피슬 유야 피슬

 

피슬은 에이미도, 유야 피슬도 '피슬'이고, 사람에게는 모두 고귀하면서도 유약한 면이 함께 있다는 것, 그리고 비록 그녀의 환상은 현실 도피나 어린애의 공상 취급을 받았지만 이토록 거대하고 아름다운 유야정토를 만들어낸 상상력이야말로 자신의 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녀는 진짜가 아닌, 진짜 단죄의 황녀입니다. 

 

여담으로 도서관이 미궁 형태로 되어있는데 피슬의 캐릭터 스토리를 보면 알겠지만 에이미가 이제 철 좀 들라는 말을 듣고 울다가 오즈를 처음 만난 곳이 도서관입니다. 즉, 도서관 미궁은 피슬이 느꼈던 끝도 없는 막막함과 두려움을 상징하는 장소인 거죠. 유야 피슬이 "그 악몽 같은 도서관에서 빠져나오다니"라며 경악한 것도 그 이유.

유야 피슬은 피슬을 연약하다고 비난하지만, 유야 피슬 역시 냉정한 현실에 상처받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도 하는 부분이죠. 

 

개인적으로는 무척 재미있고 감동적인 스토리였습니다. 피슬의 황녀 노릇은 '중2병'이라는 말로 쉽게 폄하되지만, 그 본질은 거대하고 환상적인 상상력이며 그녀가 가진 진짜 힘이기도 하다는 점이 무척 좋았네요.

 

원신 금사과 피슬 스토리

비현실적인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라
우리는 이 세상보다 높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휘황찬란한 왕국은 좁고 금기된 낙원이기 때문이다!

 


모나 비경 : 태고의 푸른 별

원신 모나원신 모나 비경

 

마지막 비경은 모나. 모나는 수반으로 점을 치기 때문에, 비경도 웅덩이에 들어가면서 입장합니다. 

모나 본인은 교실에서 할망구에게 혼나는 광경이 나오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매우 화려하고 아름다운 비경.

 

이번엔 모나의 서사를 따라간다기보다는 그녀의 심리 묘사가 중점이 됩니다. 점성술을 통해 세계의 이치를 밝히는 것이 모나의 의무이자 목표로, 정해진 운명을 거부할 수 없으나 자신의 의지로 살아가야 한다는 그녀의 신념이 잘 드러납니다. 

 

원신 모나 비경 슈팅
이 연출 진짜 감탄함...

 

비경의 퍼즐은 다소 어렵고 너무 직선적인 디자인이라 재미는 떨어지지만, 필드의 신비로운 연출은 일품. 세상의 편견과 사람들의 비난으로 상처받은 모나의 '심연으로 빠지는 듯한 심정'이 낙하로 연결되고, 사람들의 비난이 빛덩어리가 되어 피해야 하는 슈팅 연출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여담으로 <원신>의 최대 떡밥 중 하나인 티바트의 별바다에는 모든 사람과 모든 운명이 적혀있다는 것이 다시 한번 강조됩니다.

 

원신 금사과 모나 스토리

그 별은 모두를 비출 정도로 눈부시게 빛났지...
사람들이 '운명'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그의 의무야

계속 금사과 제도를 탐험하다 보면, 우인단이 어떤 신의 권능을 흉내 내는 무단 실험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실험 결과는 신통치 않았지만 금사과 제도에 비경이 나타나는 등 이상한 변이가 일어난 것이 바로 이 때문. 

행자 일행은 우인단 장치를 고치고 뒷처리를 하면서 금사과 제도의 이상 현상을 정리합니다.

 

친구들의 비경을 돌아보는 사이사이에, 도도코 통신기를 이용해 벤티와 통신하던 행자와 페이몬은 도중에 통신 장애를 겪고 처음 들어보는 앳된 목소리의 소녀와 대화하게 됩니다.

소녀는 행자 일행을 지켜보고 있었고, 다들 즐거워 보여서 보기 좋다는 등 천진하게 말하면서 마지막으로 "어디선가 곧 만날 거야."란 말을 남기는데..........

눈치 빠른 유저라면 이 소녀가 바로 다음에 만날 풀의 신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2.8 스토리 이벤트 종합 리뷰

 

이번 금사과 제도는 예전(1.5)과는 달리 기믹이 훨씬 복잡하고, 이벤트 스토리는 캐릭터 개개인의 서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 뭔가 할 게 많음
  • 4가지의 각기 다른 컨셉의 퍼즐과 기믹
  • 사실상 전설퀘급으로 캐릭터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진 스토리
  • 특히 피슬 스토리는 ★★★★
  • 비경 퍼즐이 다소 직관적이지 않으며 어지럽다 (카즈하 비경의 멀미, 피슬 비경의 판정, 모나 비경의 사양 문제)
  • 귀찮음
  • 캐릭터 스토리의 퀄리티 편차 
  • 애초에 왜 이런 파티 조합인지 의문스러움
  • 여름의 금사과 제도에 기대했던 휴식 느낌과의 이질성 

 

요약하면 볼륨은 풍성하지만 그 구성과 난이도에 대해선 좀 호불호가 갈리며, 별 연관도 없는 캐릭터들을 모아다가 그들의 개인 서사로 때우는 이벤트 스토리 역시 큰 설득력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기껏 눈부시게 화창한 여름 섬에 가놓고 어두침침한 비경으로 들어가는 것은 정말 아까운 짓이에요.

그냥 피슬 비경을 메인으로 좀 꽁냥꽁냥 즐거운 써머 나이트 고딕 캐슬 파티 이런 거 했음 좋았잖아....

 

금사과 피슬 비경

 

또 예전 금사과가 그랬듯이 이번 금사과 역시 다음 지역의 기믹을 암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걸로 추측되는데, 그렇다면 이번 비경의 복잡한 기믹들이 수메르에도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흑흑... 내년에는 다시 딩가딩가 휴가를 즐기러 올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