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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두 명의 히어로> 리뷰: ★☆, 애들 만화

원더 2022. 8. 18. 11:17

스토리

웅영고 여름방학이 시작하고, 미도리야는 올마이트의 초대로 히어로를 위한 기술을 연구하는 과학 기지인 'I 아일랜드'의 엑스포에 방문한다. 미도리야는 올마이트의 오랜 친구이자 천재 과학자인 데이비드 실드, 그의 딸인 멜리사 실드와 만나고, 뜻밖에도 엑스포에 와있던 반 친구들과 마주친다.

그날 저녁 미도리야와 친구들은 엑스포의 리셉션 파티에 가려고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빌런들이 파티장을 점거하고 경비 시스템을 장악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파티장에 있던 올마이트와 히어로들이 인질로 제압당한 상황에서, 1-A반은 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해 경비 시스템을 되찾으러 건물 최상층으로 향하는데...

 

생각을 하면 안돼

두 명의 히어로 배경두 명의 히어로 지로 미도리야
배경과 상황 세팅은 나쁘지 않았는데.......

 

대부분의 대사와 상황이 원작의 짜깁기로, 원작에 있는 장면 - 특히 임간 학습과 카미노 사태 때의 것들을 이것저것 잘라다가 이어 붙인 느낌입니다. 빌런의 존재감은 매우 희미하고, 스토리상 반전도 크게 놀랍지 않은데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허점이 너무 많아요. 그냥 뇌의 주름을 펴고 멍하니 보면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는데 생각을 10cm이상 깊게 하는 순간 혼란과 어이없음을 마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랜드 내에서는 개성 사용이 허가된다는 설정으로 대충 개연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를 하는데 '응? 개성 사용이 가능한 거랑 전투 허가는 별개인데???'이런 의문을 가지면 안 됨.

'첨단 과학 기지라면서 비상 시스템이 어떻게 하나도 없나', '빌런들은 왜 애들한테 인질을 죽여버린다고 협박하지 않은 거지?'같은 생각도 하면 안돼요.

 

 

작중에서 미도리야는 올마이트와 함께 해외 엑스포에 왔다가 반 친구들을 만나고 깜짝 놀랍니다. 같은 반 고등학생 20명이 여름방학 첫째 날 전부 해외의 특정 장소에서 만났는데, 현장에서 서로 보기 전까지 몰랐다는 매우 어색한 전개가 펼쳐지죠.

그런데 왜 단체 현장학습이 아니었을까요? 히어로 서포트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엑스포라면 유에이에서 현장학습으로 올 만하지 않나? 오히려 더 그럴듯한데?

하지만 보다 보면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를 대충 알 것 같습니다. 공식적인 학교 활동이라면 담임인 이레이저 헤드가 있어야 하는데, 이 극장판은 상식적인 어른 히어로가 존재하면 안 되는 스토리라서요.

낯선 곳에 여행을 와서 아이들끼리 어른들 없이 위기를 해결하고, 동경하던 어른에게서 미래의 희망이라는 인정을 받는다는 이야기. 초등학생이라면 참을 수 없는 로망이죠. 그러려면 어른의 개입이 최소화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원작에서부터 규칙에 매우 엄격한 아이자와 센세가 있다면? 전원 제적당해 볼래?

그리고 같은 이유로 졸지에 그 자리에 있던 미국 히어로들은 다 ㅈ밥이 되고, 올마이트가 아무것도 못하고 애들이 상황을 호전시킬 때까지 기다린다는 어이없는 상황이 만들어졌죠.

원작은 애들 만화가 아닌데, 극장판은 그냥 애들용입니다.

 


널뛰는 캐릭터 밸런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두 명의 히어로 토도로키 쇼토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두 명의 히어로 바쿠고 카츠키

 

캐릭터 간의 밸런스는 그다지 좋지 않은 편. 올마이트가 너무 심하게 너프되었고, 미도리야는 너무 단순한 인물이 되어 임팩트가 없는 반면 바쿠고와 토도로키는 엄청나게 강합니다.

막말로 이 극장판은 바쿠고랑 토도로키가 정장을 입고 싸우는데 애들 옷이 찢어져요 라는 걸로 영업 끝입니다. (.....)

 

 

하지만 정작 주인공인 미도리야는 좀처럼 임팩트를 주지 못합니다. 미도리야의 가장 큰 매력은 제약 속에서 신박한 전략을 짜내는 능력과 사람을 구하겠다는 마음이 약간 광기가 되어버리는 부분인데, 둘 다 부각되지 않아 그냥 흔한 열혈캐가 되어버렸어요.

 

일단 미도리야의 특기인 상황 판단력과 추리력이 전혀 나오지 않고, 미도리야는 멜리사를 보호하며 최상층까지 셔틀하는데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미도리야가 가진 '히어로다움'도 "사람을 구한다. 그것이 히어로니까.(끄덕)" 수준을 벗어나지 않죠.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두 명의 히어로 멜리사 미도리야

 

극장판 오리지널 캐릭터인 데이비드와 멜리사 실드는 잘 쳐줘도 드림 팬픽에 나올 법한 인물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올마이트와 데이비드, 데이비드와 멜리사의 서사에 우리 애들이 이용당한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특히 멜리사는.... 이름을 그냥 메리수로 하는 게 어울렸을 것 같은데.

 

제작진은 갑자기 나타난 멜리사가 미움받지 않게 하기 위해 "이 캐릭터는 유해하지 않아요~"를 열심히 주장합니다. 착한 성격으로 1-A반 모두의 호감을 사고, 천재 과학자의 딸이지만 타고난 게 아니라 노력한다는 설정, 구두를 벗어던지고 뛰어다니는 모습 등 하여간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너무' 없어요.

... 네. 제가 원래 이렇게 성격이 꼬였습니다. 하지만 진짜로 '너무' 노린 걸 어떡해?

게다가 멜리사가 부작용 없이 원포올을 막 쓸 수 있는 개사기 아이템을 주는 바람에 미도리야의 '몸이 감당하지 못하는 힘'이 주는 아슬아슬한 긴장감도 없어졌죠. 아, 역시 불편해..

 

 

액션과 연출은 인정

 

........ 하지만 이렇게 까다로운 불평불만을 늘어놓은 것 치고, 사실 '볼'만은 합니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두 명의 히어로 올마이트

 

무엇보다 펑펑 터지는 호화로운 액션신. 초반을 휘어잡은 리즈 시절의 올마이트는 진짜 대단하고, 바쿠고와 토도로키의 연계 플레이도 제법 감탄했던 부분. 신체 부담의 디메리트가 없어진 미도리야의 초펀치도 너무 단순해져서 그렇지, 연출 자체는 박력 있고 시원시원합니다.

또 전투 참여 인원들에게 최소 한 장면씩 활약을 챙겨주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 심지어 미네타한테까지 굳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뭐, 좋은 의미로 '보는 재미'는 확실히 있어요. 액션과 비주얼을 기대한다면 후회는 하지 않을 작품.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두 명의 히어로>
★☆
머리는 깨끗하게 비우고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