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감상/애니, 만화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히어로즈 라이징 (2019)> 리뷰

원더 2022. 8. 19. 09:26

※ 스포일러 주의!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히어로즈 라이징 포스터

 

히로아카의 두 번째 극장판.​

 

작중 배경 시점은 대충 인턴 재개 전 정도인데, 아주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호크스가 살짝 미리 등장하고, '바쿠고가 올포원과 원포올에 대해서 알고 있다'(애니 기준 3기)는 게 큰 전제라 이것만 알고 있으면 딱히 막히는 부분 없이 볼 수 있는 정도. 소소하게는 '바쿠고와 토도로키가 히어로 활동을 할 수 있다(가면허를 딴 상태)'는 거?

 

스토리

유에이 히어로과 1-A반은 차세대 히어로 육성을 위한 기간 한정 프로그램을 통해 남쪽의 작은 섬인 '나부 섬'에 머물며 히어로 활동을 하게 하게 된다. 말이 히어로 활동이지 워낙 평화로운 시골 마을이라 분실물 찾아주기, 밭일 돕기, 미아 신고 등 잡일뿐... 하지만 모두들 (바쿠고 제외) 보람찬 나날을 보내는 중.

미도리야는 마호로와 카츠마 남매를 만나고, 히어로를 동경하는 카츠마에게 공감하고 힘을 북돋아주면서 가까워진다.

...... 하지만 이런 평화도 잠시, 빌런 연합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나인'이라는 빌런이 부하들을 이끌고 나부 섬에 나타나 깽판을 치면서 어린 카츠마를 노린다. 상상 이상으로 강한 힘에 1-A반은 고전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기상 이변 때문에 본토에서 구조를 받을 수도 없고 섬에 갇혀버리게 되는데....

 

vs. <두 명의 히어로>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히어로즈 라이징2

 

전반적으로 첫번째 극장판이었던 <두 명의 히어로>보다 더욱 발전한 구성과 탄탄해진 스토리가 눈에 띕니다. 전작은 머리를 비우고 본편의 세세한 설정들을 애써 흐린 눈으로 넘어가야 즐길 수 있었지만 그런 부분이 많이 줄었어요.

신캐릭터의 비중도 전작처럼 과하지 않습니다. 짧은 극장판 내에서 굳이 쓸데없는 엑스트라 서사로 빠지지 않아 주인공 일행의 행동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마호로가 처음에 조금 얄밉긴 해도 어린애가 생떼 부리는 거라 꿀밤 쥐어박고 싶은 정도일 뿐이고, 카츠마는 매우 귀여워요.

단순한 '팬서비스'를 넘어서 본편과의 연결점을 갖추려고 노력한 흔적도 보입니다. 여전히 주요한 고뇌와 행동 동기를 본편에 기대고 있긴 하지만, 이건 오리지널 극장판이라는 태생 한계상 어쩔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2부 구성

이야기는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뉩니다. 1-A반이 빌런에게 한번 깨졌다가 태세를 정비하고 갚아주는 구성이죠. 그래서 후반부를 위해 전반부 전투가 좀 희생된 감이 없지 않습니다. 비록 여러 가지 조건이 있다고는 하지만, 애들의 능력 활용이 너무 일차원적이에요.

첫번째 극장판인 <두 명의 히어로>에서는 애들(특히 토도로키와 바쿠고)이 너무 강하고 테러리스트들이 허접이었는데, 이번엔 반대로 빌런이 좀 많이 강하고 애들은 원래 폼도 안 나와서 고생함...

 

두 명의 히어로: 이게 어떻게 돼????

히어로즈 라이징: 이게 왜 안돼????

.... 같은 느낌.

 

키리시마나 카미나리가 바쿠고가 없으면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못하는 애들도 아니고, 이이다나 토도로키도 단순히 '달린다' '얼린다' 말고도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데도 전혀 활용을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무릎을 꿇었던 것은 후반부를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려는 듯, 두 번째 매치는 정말 볼만합니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히어로즈 라이징 움짤 우라라카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히어로즈 라이징 움짤 토도로키 쇼토

 

프로 히어로는 한 명도 없고 구조가 오기 전에 버티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형을 이용한 전략을 짜 적을 분단시키고 팀별로 제압하는 작전은 정말 히로아카답습니다. 적의 특징에 맞춰 영격조를 짠 것도 무척 재밌는데요. 나인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물량공세에 특화된 멤버를 묶고, 키메라를 상대로는 다방면으로 토도로키의 화력을 보조할 수 있는 서포터를 몰빵, 위치를 사수하면서 피난민이나 카츠마 남매를 보호하는 역할도 나누는 등, 서로 간의 연계와 전략성이 돋보입니다.

 

 

미도리야와 같이 싸우는 게 유일하게 캇쨩일 수밖에 없는 이유도 꽤나 현실적인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들 맡은 바를 분담하고 있는 상태인 데다가 파티를 짜다 보면 상성과 화력 합계상 남는 게 바쿠고. <문제. 총인원 20명으로 최소 5개의 조합을 만드시오. 단, 조합 중 직접 전투 파티는 셋, 피난민 및 카츠마 남매 보호 파티가 각각 하나씩 있어야 함> 같은 느낌이네요. 

 

그리고 옆에 있던 게 다른 사람이 아닌 바쿠고였기 때문에 미도리야가 최후의 방법을 쓸 수 있었고... 이래저래 조합과 배치에 좀 신경을 썼다는 느낌입니다. 이 점이 이번 극장판의 가장 큰 재미 포인트.

 


다음은 너희들이다

 

전투뿐만 아니라 스토리상 바쿠고의 비중이 어마어마하게 큰데, 극장판의 캐치프레이즈 - "다음은 너희들이다" - 를 보면 이 둘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 극장판은 올마이트가 미도리야와 바쿠고에게 했던 "너희가 힘을 합치면 구해서 이기고, 이겨서 구하는 히어로다"라는 말이 직접적으로 구현된 시각적인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오리지널 극장판이란 건 본편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해당 작품 안에서 캐릭터 소개와 기승전결을 끝내야 하죠. 그래서 <히어로즈 라이징>은 미도리야와 바쿠고가 가진 서로 다른 히어로상을 (정교한 본편 묘사에 비하면 좀 뻔해 보이기는 해도) 아주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히어로즈 라이징 미도리야 바쿠고

 

미도리야는 카츠마를 직접 구해주고 그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어려운 사람을 구해주는 히어로상을 보여줬고, 바쿠고는 마호로의 장난질을 가볍게 씹으면서 마호로의 '히어로는 별 거 아니다(이기지 못한다)'란 생각을 바꿔놓았습니다. "구한다", "이긴다"라는 대사로 설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 둘의 성격과 관계, 각자가 어떤 히어로인지 설명이 잘 되어 있어요.

 

더보기

상황은 이 두 사람의 협력이 필수불가결하게 흘러가고, 미도리야가 마지막에 올포원을 넘겨주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납득할 수 있습니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히어로즈 라이징 손 움짤 미도리야에게 있어 올포원은 정말 소중한 힘인데 그걸 넘겨야 하는 순간의 심리 묘사가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액션의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한 판단이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다 끝나서야 "안녕, 올포원."이라는 대사나 나중에 올마이트에게 울면서 사정을 말하는 데에서 사후 보충이 좀 되고.

 

하지만...... 아니, 바쿠고한테 좀 너무한 거 아닙니까?ㅋㅋㅋㅋㅋ

 

미도리야가 바쿠고에게 올포원을 건네는 심리는 (약간 부족할망정) 표현이 되어 있는데, 바쿠고는 기억도 의식도 없음.. 차라리 바쿠고가 그 시점에서 이미 한계치를 넘어서 반쯤 의식이 없고 정신력으로만 움직였다는 설정이라든가, '네놈이랑 뭔가 한 거 같은데 손 잡은 다음부터 기억이 안 난다' 정도의 대사라도 있었으면 강대한 힘을 갑자기 받아들여서 의식이 날아갔다든가.... 이런 식이었다면 뭐 대충 납득이라도 가능할 텐데 사후 처리가 너무 건조해서 오타쿠적으로 용납이 안됨.

 

바쿠고 입장에서는 정신차리고 보니 갑자기 양팔이 아작 나고 왠지 빌런은 사라진 상태인 것. 이용당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미도리야더러 바쿠고한테 잘해줘;;;라는 생각이 드는 건 이번이 유일.


여전히 아쉬운 빌런

 

히로아카는 약간 고의적으로 빌런에게 몰입의 여지를 안 주는데, 그래도 그렇지 나인은 진짜 좀 별로예요.​ 시가라키의 은발+올포원의 마스크,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이끌고 다니는 리더이면서 차분한 데 나중에 급발진하면서 주변 갈아엎는 성격은 오버홀, 전투에서 사용하는 공기막은 젠틀 크리미널을 연상케 하는 등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덕지덕지 붙어있습니다.

 

거칠게 압축시키면 올포원의 개성에 스토리와 행동 패턴은 오버홀인데, 되게 뭐 있을 것 같더니 막상 까 보니까 아무것도 없는 게 제일 문제야.

오버홀과 비교를 해도, 오버홀도 딱히 제대로 된 신념이랄 건 없지만 소시오패스 기질에 묘하게 발달이 덜된 청소년 같은 면이 그의 엉망진창인 인성과 더 엉망진창인 행동의 동기를 납득시키는데, 나인은 뭔가 애매하단 말이죠. '신념으로 움직인다'는 면에서 스테인처럼 다크한 간지라도 내뿜을 수 있었지만 스테인과는 달리 나인의 신념은 너무나 얄팍합니다.

나인의 부하들도 소수정예 주제에 하나하나 임팩트가 약해요. 키메라는 압도적인 강함과 어두운 과거를 어필하긴 하지만 그게 매력으로 다가올 정도는 아닙니다. 서사나 캐릭터성은 팔재중~이능력 해방군 일원 정도의 저레벨.

 

한편 빌런 연합은 그냥 카메오 수준의 출연 분량이지만 작화가 심하게 좋습니다. 그리고 시가라키는 딱히 뭘 하지도 않는데 이 점이 오히려 고고하게 품위를 지키죠. 오합지졸이던 빌런 연합이 이젠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주는 부분.

 


급경사의 전결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극장판이니 스케일은 보장되어 있지만, 막판 전투신은 정말로 보면서 ????????와 !!!!!!!!!!!의 연속입니다. 잔잔한 브금을 배경으로 하는 장절한 연출이 압권. 뭐랄까 드래곤볼과 에반게리온이 합쳐진 것 같은...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히어로즈 라이징 액션 움짤1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히어로즈 라이징 액션 움짤2
....이런 연출이었는데 애들 누구 하나 안 죽은 게 진심 기특함.

 

너무 탈장르급이라 오히려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네요. 이러면 진심 애니 마지막화는 어떻게 하려고? 라는 생각도 들었고.

하지만 정말 볼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적'으로. 진짜로.

 

그나저나 저번부터 극장판 엔딩은 좀 지나치게 훅 끝나는 느낌.... 클라이맥스에서 갑자기 수직 낙하해서 여운이고 뭐고 없이 빨리 끝나버리는데, 그건 좀 아쉽습니다.

이렇게 끝나면 안 될 것 같은데 대충 좋은 게 좋은 거지~스러운 느낌은 오리지널 극장판의 태생적 한계..... 이자 뭐, 좋은 점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요.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히어로즈 라이징>
★★★
히로아카 팬이라면 볼 가치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