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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파인다이닝 / 떼레노 (Terreno) : 셰프의 작은 정원

원더 2022. 9. 29. 11:56

종로 스페인 파인다이닝 떼레노 인테리어
화이트, 깔끔, 성공적.

 

가족과 함께 모처럼 외식을 다녀왔어요.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스페인 자연주의 파인 다이닝 떼레노. 미쉐린 1 스타에도 선정되었습니다. 

 

한옥 마을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하게 식사를 즐기기 좋은 곳으로, 자연과 예술을 테마로 꾸며진 인테리어는 정갈합니다. 저는 저녁에 갔지만, 낮에는 통유리창으로 햇빛이 쏟아지고 대나무를 심어놓은 정원이 보여서 더 좋을 듯.

 

 

◆ 떼레노 기본 정보

종로 스페인 파인다이닝 떼레노 컨셉

 

떼레노(Terreno)는 '땅, 지구'라는 뜻의 스페인어인데, 이름대로 자연주의에 기반한 스페인 음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농장에서 직접 키우는 채소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옥상에는 셰프가 직접 가꾸는 허브 텃밭이 있다고!

 

자리에는 메뉴와 함께 식당의 컨셉을 소개하는 작은 책자 같은 것이 있습니다. 식당의 가치나 콘셉트를 직접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영어로만 되어 있는 게 불친절하다고 느꼈네요. 아니 메뉴는 스페인어랑 한국어면서?!

차라리 아예 스페인어로만 되어 있으면 그냥 콘셉트에 진심인 것으로 인정했을 텐데 그런 것도 아니고, 모처럼의 좋은 콘셉트를 잘 소개하지 못한 것 같았어요. 소소하게 아쉬웠던 점. 

 

 

 코스 내용

 

런치 코스와 디너 코스 두 가지가 있는데, 이번에 맛본 것은 디너 코스예요. 물론 사전 예약제입니다.

 

종로 스페인 파인다이닝 떼레노 메뉴
뒤쪽에는 한국어로 재료가 나와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코스 전체를 아울러 리뷰해보면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온화한 맛. 

강한 풍미보다는 제철 식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이 돋보였습니다. '자연주의 감성'이라는 게 딱 맞았어요. 

 

사실 '스페인 요리'라고 하면 좀 강하고 낯선 느낌을 연상하기 마련인데, 떼레노의 요리는 부드럽고 가끔 친숙하기까지 합니다. 

 

종로 스페인 파인다이닝 떼레노 코스 대구
종로 스페인 파인다이닝 떼레노 디너 코스

종로 스페인 파인다이닝 떼레노 디너 코스 수프종로 스페인 파인다이닝 떼레노 디너 코스 랍스터

 

코스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 관자, 코코넛
  • 염장 대구, 콜라겐, 대구 껍질 (사진 제일 위)
  • 치피론, 조파코 (사진 두 번째)
  • 하몽, 판체타, 송로버섯 (사진 아래 왼쪽)
  • 랍스터, 쉐리, 고시히카리 (사진 아래 오른쪽)
  • 한우++ 채끝, 검은 송로 버섯
  • 양 등심, 그물버섯, 만체고 치즈
  • 파스닙, 햄프시드
  • 옥수수, 버번위스키, 캐러멜
  • 커피/차

 

여기에 와인 페어링을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짭조름한 관자 소스와 캐비어,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코코넛 폼의 조화가 들뜨게 만드는 메뉴였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메뉴는 두 번째의 바깔라오(우). 스페인과 포르투갈 일대에서 많이 먹는 염장한 대구인데요. 이 바깔라오를

얇은 껍질에 감싸서 튀겼는데, 정말 놀라울 정도로 섬세한 맛이 났습니다. 그리고 바깔라오가 이렇게 부드럽다니...! 

 

작은 오징어(치피론)를 이용한 요리는 오징어 내장과 먹물을 활용한 진한 소스로 약간 중국풍 같은 느낌도 났고, 랍스터 비스크 리소토는 친숙하면서도 든든한 맛.

 

으레 유러피안 파인 다이닝은 조금 부담스럽다는 편견이 있기 마련인데, 든든하면서도 은은한 맛이 일품입니다. 심지어 하몽 육수와 판체타, 송로버섯이 들어간 수프 역시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고 무척 부드러웠습니다.

 

종로 스페인 파인다이닝 떼레노 디너 스테이크

 

채끝 스테이크도 완벽. 굽기의 디테일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네요.

그리고 매쉬 포테이토가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질감이 쫀득했는데, 비법이 궁금.... 뭘까....

 

종로 스페인 파인다이닝 떼레노 코스 디저트종로 스페인 파인다이닝 떼레노 코스 디저트2
파스닙과 옥수수를 이용한 디저트

 

마무리는 아름답고 깔끔한 디저트로. 

파스닙과 옥수수라는, 디저트로 바로 연상되지 않는 식재료가 뜻밖에 담백하고 멋진 디저트가 되는 게 좋았어요. 아주 깔끔하게 입 안을 정리해주고 은은한 향을 남깁니다. 

 

한두 조각씩 나오는 파인 다이닝의 특성상 양은 많지 않은데, 하나하나 섬세하게 즐기다 보면 적당한 포만감이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느끼하거나 묵직하지가 않아서 딱 적당한 느낌이에요. (사람에 따라선 세 접시쯤 더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종합평

 

파인 다이닝을 아주 많이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사뿐하고 부드러운 코스는 좀처럼 맛볼 수 없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셰프의 정갈한 자연주의가 위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내가 허세를 부려야 하거나, 화려하고 거침없는 성격의 상대보다는 조용하고 섬세하고 깔끔한 사람과 2시간 동안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먹고 싶은 그런 요리입니다.

 

스패니시라고 해서 화려하고 강렬한 스페인!!!!을 기대하고 갔다면 예상외의 온화함에 당황할 수는 있을 듯. 스페인 요리 기반에 자연주의 감성을 끼얹었는데, 그게 또 막 시골풍의 소박함과 풋풋함은 아니고... 아. 셰프의 작은 정원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깔끔하고 섬세하게 가꾸어진 자연의 맛. 

 

단어들로 표현하자면, 섬세, 온화, 은은, 자연.

 

떼레노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71

전화번호: 02-332-5525

영업시간: 12:00~22:30 (브레이크 타임 15:30~18:00)

매주 월요일 정기 휴무

※ 예약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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