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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의 오키나와 여행기 #3. 미야기 해변 - 아라하 비치 - 아메리칸 빌리지 (feat. 얏빠리 스테이크)

원더 2023. 6. 24. 12:43

 

아침부터 날씨는 쾌청!

오늘은 오키나와에서 아메리칸 데이(?)를 보낼 거예요.

 

미야기 해안의 주택가
미야기의 주택가는 정말 일본 안 같은 분위기

 

나하에서 버스로 30~50분 정도 걸리는 차탄 일대는 가데나 미 공군 기지와 아메리칸 빌리지를 비롯, 분위기가 매우 미국미국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메리칸 빌리지는 관광의 필수 코스이기도 하죠. 

나하에서 차탄까지 가는 버스 노선은 꽤 많은 편이라 뚜벅이라도 쉽게 갈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120번 버스가 있고요. 요금은 700-1000엔 정도. 

 

오늘은 차탄 위쪽에 있는 미야기 해안 근처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아라하 비치로 내려와서 해수욕을 한 후에 아메리칸 빌리지를 둘러보는 일정입니다.

 

 


01. 미야기에서 아침을

미야기 해안의 산책로

 

미야기 해안은 둑 위에 산책로가 이어져 있고, 그 길 옆에 이른 시간(아침 7~8시)부터 영업하는 가게들이 있어 하루를 일찍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침부터 상쾌하게 바다를 바라보며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탄 후에 아사이볼이나 프렌치토스트로 브런치를 먹는 게 정석.

반대로 해질 무렵의 노을도 멋져서, 느즈막히 도착해서 해안가 카페에서 석양을 즐기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미야기 해안 자체는 수심이 깊고 물살이 세서 해수욕은 적합하지 않고 상급자용 다이빙 스폿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산책로에서 보는 풍경도 멋져요. 

깊은데도 불구하고 물이 정말 맑아서 투명한 초록색을 띄는 바다. 옆에 두고 걸어도 걸어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미야기 해안 씨사이드 테라스에서 먹은 아침 프렌치토스트

 

여기까지 걸어왔으니까 아침은 프렌치 토스트!

두껍고 폭신한 프렌치토스트와 스크램블 에그, 바삭바삭한 베이컨과 해시브라운. 여기에 커피.

 

의외로 오키나와에서는 제대로 맛보기 힘든 종류의 아침 식사인데, 시작부터 아주 만족했습니다.

아침을 챙겨 먹어야 하루의 시작이 좋다니까.

 

미야기 해안 근처의 레스토랑 씨사이드 테라스

 

가게 이름은 '씨사이드 테라스(Seaside Terrace)'입니다.

근방에서는 아침으로 꽤 인기 있는 가게 중 하나. 

 

가게 안도 비치 분위기 뿜뿜이고 가게 밖의 메뉴판도 전부 영어로 되어있고, 외국인 손님들도 많았던 가게라 이국적인 아침을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금 결제밖에 안 되는 게 일본스러운 점이려나 (ㅋㅋㅋㅋ

 


02. 아라하 비치

 

이번에는 정반대의 백사장 해변으로!

아라하 비치는 아메리칸 빌리지의 남쪽에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아메리칸 빌리지를 한번 지나쳤다가 다시 올라가는 동선)

 

아라하 비치의 농구장
오키나와에 살고 있는 서양인들이 조깅이나 농구, 수영을 하러 들르는 아라하 비치

 

저에게는 처음 도착한 오키나와의 해수욕장이었는데, 나중에 간 다른 해변들에 비하면 유난히 미국미국한 해변입니다. 도착하고 나서 가장 처음 본 것이 백사장에서 비치발리볼을 하는 백인 여성들이었으니 더 말해 무엇...

 

오키나와 아라하 비치

 

아라하에는 해변을 따라 긴 산책로가 있고 한쪽에는 눈부신 백사장, 다른 쪽에는 농구장과 바베큐장, 야외 무대, 어린이용 놀이터 등 해변 시설이 있습니다. 시설이 좋아서 아이들하고 같이 와도 좋을 듯. 

 

아라하 비치 해수욕장

 

수영을 할 수 있는 해수욕 구역과 바나나 보트나 제트 스키를 탈 수 있는 수상 액티비티 구역이 나눠져 있습니다.

 

해수욕 구역은 그리 크진 않지만 수상안전요원이 상시 대기하고 있고, 해파리 등 위험 동물을 막아주는 그물이 쳐져 있기 때문에 안전하고 편안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습니다.

 

(참고로 오키나와의 바다에는 독성이 있는 해파리나 바다뱀 등이 있기 때문에 해수욕은 가급적이면 해파리 네트(쿠라게 네트)가 쳐진 곳에서 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샤워실과 화장실이 있는데, 

  • 화장실, 탈의실은 무료 
  • 코인 라커 200엔
  • 샤워는 3분에 100엔

 

환경오염 때문에 바닷가에서 샴푸나 바디 워시 등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샤워는 소금기를 털어내는 정도로 씻고 대충 말려서 다니면 됩니다. 

 

아라하 비치는 상당히 시설 관리가 잘되어 있는 편이고 샤워실도 나름 깔끔합니다. 요금도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하고.

해변 자체는 조금 작은 편이지만 특유의 활기차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있어 "바다에서 떠들썩하게 놀고 싶다!"는 목적이라면 추천.

 

 

 


03. 해수욕 다음의 스테이크

 

바다에서 수영하는 건 역시 수영장보다 훨씬 힘드네요. 

이제 배고파!

고기! 고기를 먹어야 한다!

 

얏빠리 스테이크 메뉴 가격

 

정리를 하고 나오는 길에, 아메리칸 빌리지 앞에 있는 쇼핑센터인 이온몰에서 '얏빠리 스테이크'에 들어갔습니다. 2015년에 생긴 오키나와 체인인데 큰 인기를 끌어 여기저기에 생기더니 도쿄에도 진출했다는 모양.

 

저렴한 가성비 맛집으로 스테이크 150g이 1,390엔. 밥과 양배추, 샐러드, 국은 모두 셀프서비스로 무한리필. 

 

오키나와 얏빠리 스테이크
기본적인 메뉴인 얏빠리 스테이크

 

뜨거운 돌판 위에 스테이크가 올려져 있는데 맨 처음 굽기 정도는 레어로 나오지만 점점 익어갑니다. 

기본적인 소금 후추, 와사비 외에 특제 양파 소스나 A1 스테이크 소스 등이 테이블마다 제공되어 취향에 맞게 먹으면 됩니다. 

 

고기는 생각보다 꽤 맛있었고, 1000엔대에 이렇게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다니 정말 놀랍네요. 

 

스테이크의 양(100g, 150g, 200g, 300g 등)을 선택할 수 있다거나, 마음에 드는 사이드나 소스를 마음껏 곁들일 수 있는 등 분위기도 시스템도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에 정말 가볍게 들어가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올 수 있습니다.

 

 

 


04. 아메리칸 빌리지

오키나와 차탄 아메리칸 빌리지

 

그리고 차탄의 중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아메리칸 빌리지.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알록달록한 색깔과 테마파크스러운 건물들을 보면 '여긴 뭐지? 뭐 하는 데지?' 싶은데, 테마파크스럽게 꾸민 기념품 상점가와 식당, 카페가 밀집한 거리(테마 타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참고로 여기서부터 건물들과 주차장이 매우 커지고 서로 띄엄띄엄 있으면서 스케일이 굉장히 미국스러워짐..... 

 

아메리칸 빌리지의 야자수 거리

 

'관광지스러운 관광지'이기 때문에 제 취향에는 맞지 않았습니다만, 왜 유명한지는 대충 알 것 같은 분위기. 이국적인 배경에서 여기저기서 즐겁게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고, 사이사이에 있는 기념품 가게나 식당도 붐비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때쯤에 작열하는 태양과 해수욕의 피로로 거의 흐물흐물한 상태였기 때문에(+그리고 아직 기념품을 사기엔 너무 이른 일정이라) 상점은 대충 구경하고 '지바고 커피 웍스'에서 커피 한잔.

뭔가 오키나와에서 보기 힘든 인더스트리얼 풍의 본격 카페라서 들어갔는데 아이스 라떼가 맛있었어요.

 

아메리칸 빌리지 추천 카페인 지바고 커피 웍스

 

테라스에 앉아서 야자수가 늘어선 길과 바다를 보면서 잠시 휴식.

하아... 외국에 있지만 정말 외국온 느낌(?)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후기) 오키나와의 태양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오키나와라고 하면 보통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 눈부신 열대 풍경을 상상하며 "꼭 맑은 날씨였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작정하고 맑은 날 오키나와의 자외선은 진짜 개쩝니다.

특히 뚜벅이로 다니면 나중엔 제발... 제발 구름... 차라리 소나기... 를 바라게 되는..

 

이 날은 정말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선크림을 발랐다고는 하지만 방심한 탓인지 어깨와 다리가 활활 타버림... 

급하게 국제 거리에 있는 드럭 스토어에서 약용 알로에젤을 사다가 응급처치. 

효과가 너무 좋아서 나중에 갈 때 하나 사가려고요.

 

피부가 빨개지고 홧홧한 느낌이 나면서 약간의 물집이 잡히는 정도는 1도 화상이라 찬물에 적신 수건과 알로에 등으로 피부의 온도를 내려주는 게 좋습니다. 

그 이상 심하게 아프거나 붉은 기가 가라앉지 않으면 병원행.

 

첫날 호되게 당한 이후로는 각별히 주의해서 다시 화상을 입는 일이 없었습니다만, 그 외에 열사병, 탈수증도 꽤 주의해야 할 부분이고 은근히 신경 써야 할 점이 많아요. 

 

오키나와에서 여름 한 달을 살아남은 후에 느낀 여러 가지 팁들.

 

  • 선크림은 1-2시간마다 한 번씩 덧바르기
  • 바깥에서 지나치게 오래 있지 않기 (카페나 편의점 등에서 쉬어가면서 이동)
  • 항상 물 챙겨 다니면서 자주 마시기
  • 젖은 수건이나 알로에젤 등으로 피부의 온도를 식혀주기
  • 피곤하면 일단 쉬기

 

요약하면 선크림 잘 바르고, 물 많이 마시고, 조금씩 쉬면서 다니기. 

오키나와의 여름은 아름다운 만큼 과격하기 때문에 꼭 주의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