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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여행기 05. 인생 첫 체험 스쿠버 다이빙 후기

원더 2023. 6. 30. 13:51

오키나와 케라마 제도 체험 스쿠버 다이빙

 

오늘은 케라마 제도에 체험 다이빙을 하러 가는 날.

인생 첫 스쿠버 다이빙!

 


01. 체험 예약하기

 

도착하자마자 일기 예보를 보고 여행 액티비티 앱으로 예약했습니다. 

 

마에다곶(푸른 동굴) 체험 다이빙 같은 경우는 대부분 마에다곶까지 가야 하는데, 케라마 제도 체험 다이빙은 나하 내 주요 호텔 앞에서 픽업 서비스를 지원합니다. 

이메일로 예약 확인서와 픽업 장소 안내를 받고, 두근두근.

... 아, 그전에 챙겨야 할 것.

 

※ 체험 다이빙하기 전에 꼭 챙겨야 할 것

  • 다이빙 전/후 24시간 내에 비행기 탑승 금지 (스노클링은 상관없음)
  • 다이빙 전에는 금주
  • 수영복 (안에 입고 가는 게 좋음)
  • 멀미약

 

멀미약은 국제거리 드럭스토어에서 아네론을 사서 출발하기 전에 먹었는데 이거 꽤 효과가 좋네요. (1일 1회 복용)

 

전 비행기와 배 멀미를 상당히 심하게 하는 편인데도 출렁거릴 때 약간의 어지러움 정도만 느꼈을 뿐 몸 상태가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체험 다이빙은 거의 반나절 동안 배를 타야 하므로 멀미 대응책은 꼭 해둘 것.

 


02. 체험 다이빙 진행 과정

 

자세한 일정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대략적인 순서는 비슷한 듯.

저 같은 경우에는...

 

  • 호텔 및 픽업 장소에서 픽업
  • 업체에 도착해서 예약을 확인하고 장비 사이즈 확인 및 지급
  • 보트로 이동
  • 보트에 탑승해서 약간의 사전 교육
  • 다이빙 스폿으로 이동
  • 1회차, 2회차 스노클링 및 다이빙
  • 선상에서 점심 도시락
  • 3회차 스노클링 (혹은 추가 다이빙)
  • 업체로 복귀, 픽업 장소에 송영

 

다이빙은 1번이고, 자기 차례가 아닐 땐 스노클링을 하면서 근처를 돌아다닙니다. 그러니까 체험 다이빙을 예약하면 이미 스노클링은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거죠. 

 


03. 사전 교육

 

사실 마린 하우스에서 동의서를 쓸 때는 은근 무서웠는데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고~) 보트에 오르자 두근두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키나와 체험 다이빙
케라마 제도는 나하에서 보트로 약 40분~1시간 정도

 

보트에는 한 20명 정도가 탔는데 절반은 스노클링만 신청한 사람들이고, 다이빙을 하러 온 사람은 그보다 적었습니다. 

혼자라서 좀 뻘쭘하게 앉아있었지만 저 말고도 혼자 온 사람들이 많았고 서로 자연스럽게 (영어, 일본어로) 이야기를 하면서 보트 위에서의 시간을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어요.

 

다이빙 경력 4년의, 일본어를 정말 잘하는 빨간 머리+초록눈의 네덜란드 소녀와 

매일같이 체험 다이빙을 하러 오는(어제도 했다고!) 일본인 노부부,

그리고 라이프스타일과 몸매가 무척 멋졌던 호주의 여행 인플루언서까지.

정말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다이빙 초짜는 저 하나뿐

 

사람이 모이면 보트 위에서 간단한 사전 교육이 이루어지는데 호흡법, 마스크나 스노클에 물이 들어갔을 때 빼내는 방법, 압력 평형을 유지하는 법(이퀄라이징)과 수신호 정도를 배웁니다.

내용은 간단하지만 정말정말 중요한 내용. 

 


04. 드디어 다이빙!

오키나와 스쿠버 다이빙 체험하기

 

체험 다이빙은 가이드가 장비를 다 입혀주고 채워주고 1:1로 손을 잡고 끌고 다닙니다. 자격증이 없고 수영을 못해도 가능한 이유.

하나의 스폿에서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 있어서,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스노클링을 하거나 보트에서 대기하면 됩니다.

(자기 차례 즈음이 되면 바로 올 수 있도록 보트 가까이에 있기)

 

드디어 차례가 돌아오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입수. 

 

오키나와 케라마 제도 바닷속 사진 열대어들

 

그래서 느슨하게 발차기만 해도 대충 잘 가는 듯... 싶은데...

와, 귀가 엄청 아파.

 

어느 순간 정말 귀를 찌르는 듯이 아파져서 깜짝 놀랐어요.

고개를 드니 어느새 수면이 한참 위에... 물속에서 해를 보면 이렇게 멀게 보이는구나 처음 알았음.

 

비행기에서야 좀 먹먹해지는 게 끝이지만, 이건 정말 귀를 통해서 통증이 파고든다는 느낌이라 순간적으로 쫄았습니다. 깜짝 놀라서 코를 잡고 배운 대로 열심히 킁킁거리며 이퀄라이징을 시도.

처음엔 잘 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귀가 뻥 뚫리는 느낌이 들면서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도 몇번이나 귀가 아파졌지만 틈틈이 이퀄라이징을 했더니 처음만큼 아파지지는 않았습니다.

가이드가 계속 자주 돌아보면서 괜찮은지 수신호로 물으니, 그때마다 OK 사인을. 처음에 너무 아팠을 때는 귀가 아프다고 했더니 잠시 서서 기다려주었습니다.

 

초보가 초보에게 주는 팁이라면...

이퀄라이징을 하면서 숨 쉬는 것을 잊지 말 것.

처음엔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계속 이퀄라이징을 시도하게 되는데 그럼 더 조급해지고 겁이 나서 역효과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급하면 급할수록 호흡이 흐트러지더라고요.

 

생각보다 체험이 길고(20분 정도)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서 덜컥 무서워지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틈틈이 이퀄라이징을 하고 평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뭐라고 할까, 자전거를 처음 탈 때처럼. 처음엔 온몸이 뻣뻣하고 긴장되지만 다리를 계속 움직이면서 숨을 천천히 쉬면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가잖아요?

그런 감각입니다.

 

케라마 제도에서 본 바다거북

 

눈 앞에는 푸르디푸른 파란색 속에서 펼쳐지는 처음 보는 세계, 귓가에는 스으-스으-하는 자신의 숨소리만 들리는데 이게 정말 기묘하고 독특한 기분이었어요. 

 

오늘은 물고기의 수가 엄청 많았던 건 아닌데 종류가 다양해서 온갖 종류의 탱과 열대돔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해삼도 만져보고 니모도 보고 수심 12m 바닥에 발바닥도 찍어보고...

그리고 운이 좋게도 바다 거북을 발견!

정말 코앞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물론 만지면 안 됨) 가까운 거리에서. 

 

그리고 다시 물 밖으로 올라오는 순간......

와...... 정말 힘이 쫙 빠져서 팔다리를 움직이기도 귀찮을 정도로 지쳤어요. 그리고 일단 몸을 일으켜서 공기 속으로 들어온 순간 허리에 찬 무게추와 산소통의 무게가 어마무시하게 확 밀려옴. 

아니 이렇게 무거운 걸 지고 메고 다녔단 말이야...? 

 

 

 

다이빙도 다이빙이지만, 스노클링도 얕은 수심에서 하는 게 아니라 10m 이상의 바다 한가운데에서 하다 보니 생각보다 은근히 긴장되고 체력을 많이 소모합니다. 

점심으로는 간단한 도시락이 제공되었는데 그리 맛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정말 허기져서 허겁지겁 먹었음.. 아, 미소시루는 맛있었어요. 홀짝홀짝.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는 다들 꾸벅꾸벅 졸기 시작.

오늘밤은 핵꿀잠 예약.....

 


05. 그래서, 초보의 체험 다이빙 후기와 Q&A

체험 다이빙에 대해 궁금한 점들

 

요약하자면

  • 일단 엄청 힘들다!!!!!!! 무겁다!!!!!!!!!!
  • 바다 속은 신기하고 재밌음
  • 다만 초보에게는 정말 맛보기란 느낌
  • 제일 힘든 것: 슈트 입고 벗기

 

그리고 처음 체험 다이빙을 할 때 제가 궁금했던 사항들에 대한 답변도 정리해 보았습니다.

 

▶ 수영을 못해도 진짜 괜찮은가?

진짜 괜찮음. 스노클링은 대충 발차기만 하면 되고, 체험 다이빙은 아예 가이드가 손을 잡고 끌어주기 때문에 수영을 못해도 됩니다. (스노클링할 때는 구명조끼를 입거나 떠다니는 부이를 붙잡으면서 다닐 수도 있습니다)

다만 쌩 바다 한가운데이기 때문에 적어도 물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하는 건 맞음. 기본적인 수영 실력이 있으면 확실히 좋을 듯.

 

 날씨가 흐린데/비가 오는데 어쩌지?

이건 언젠가 나중에 다시 등장할 텐데 (2회차 스노클링이 비 오는 날이었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파도가 높고 바람이 심하게 불면 체험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지만 구름이 끼고 약간 비가 흩뿌리는 정도까지는 ok. 하늘이 맑지 않아 사진이 아쉽겠지만, 물속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똑같아요.

오히려 사람이 적고 물고기는 많아서 더 좋은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화장실은?

화장실과 샤워실은 모두 보트 안에 있었습니다. 다만 슈트를 입고 벗느라 엄청나게 시간이 오래 걸림...

 

 샤워는 어떻게?

앞서 말했듯 보트에 샤워실이 따로 있긴 하지만, 일단 '샤워'라는 개념에 샴푸와 바디워시를 뺍니다. 보트에선 대충 소금기만 씻어내고 래시가드나 커버업을 입고 마린 하우스나 숙소에 가서 제대로 샤워를 하는 시스템. 

 

 가방이나 짐 보관은?

보트에 탑승하면 신발과 가방을 다 함께 선실에 놓아둡니다. 굳이 도난 걱정을 사서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별다른 보안 장치는 없으니 스마트폰이나 카드 지갑 등은 방수팩 등에 넣고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게 좋습니다.

 

 수영복은 뭘 입고 가면 되나?

전신 웻슈트를 입기 때문에 래시가드보다는 딱 붙는 수영복이 더 편할 듯.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은?

방수팩에 넣은 폰으로는 뭘 찍어도 좀 아쉬운 느낌. 다이빙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은 고프로를 직접 가져오거나 업체에서 빌려서 촬영을 하면서 다니더라고요. 물론 초보고 익숙하지 않다면 사진은 업체에 그냥 맡기는 게 좋겠지만. 

 

 또 하고 싶어?

하고 싶어요!

처음엔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아 한 번이면 됐다... 싶었는데, 이후 몇 번 더 스노클링을 하면서 바다에 익숙해지니까 좀 더 잘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처음이라서 좀 이것저것 쫄아있었거든요. 

다음... 다음번에는 꼭. 다시. 


케라마 제도는 거의 한나절을 다 소모하는 일정(아침 7시~오후 4시)이라 여행 중의 특별한 당일치기 느낌입니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하고 오리온 생맥주 한 잔 한 다음 픽 쓰러져서 다음날 9시까지 꿀잠.

아주 행복한 하루를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