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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엄브렐러 아카데미> 속 음악들 : 시즌3

원더 2022. 8. 21. 03:13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3 포스터

 

사실 온갖 멋진 음악을 듣는 게 우산 학원을 보는 재미 중 하나였는데, 시즌3에서는 음악의 포텐셜이 많이 떨어집니다. 아니, 물론 선곡 자체는 좋은 게 많은데 연출이 밋밋하고 노래랑 착 붙질 않아서 인상에 남는 게 없어요. 

솔직히 <풋루즈> 말고는 인정 못하겠음.......

 

하지만 그래도 시즌3의 음악 세계를 훑어봅니다.

 

 

 

Footloose – Kenny Loggins

 

1화부터 펼쳐지는 스패로 아카데미와의 댄스 배틀에 삽입된 곡 '풋루즈'는 뮤지컬 영화 <풋루즈>의 주제곡이자 손꼽히는 명 영화음악.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춤을 추기 시작하는 리더들이 백미.

 

개인적으로 시즌3에서 가장 좋아하는 신으로, 개또라이같은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오프닝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다들 은근 잘 춰서 킹받음ㅋㅋㅋㅋㅋㅋㅋ

 

참고로 막판에 둘씩 짝지어서 춤을 출 때 이어지는 이들이 루서-슬론(!), 디에고-그레이스, 벤-클라우스, 마커스-바냐(팀 최강자), 제이미-파이브(최고 싸가지)인 등 은근히 깨알 같은 복선과 암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3 스패로

The Passenger - IGGY POP

 

2화 첫 부분, 조깅하러 나갔다가 스패로 아카데미에 납치되는 루서.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3 루서

Do You Believe In Magic? - THE LOVIN' SPOONFUL

 

3화, 슬론과 서로 마음을 확인한 루서가 거리에서 춤을 추다가 쿠겔블리츠를 목격합니다.

 

노래 제목인 "마법을 믿나요?"는 사랑이라는 마법에 빠진 그의 심정을 대변하는 노래이면서, 한번 더 꼬아보면 사람들이 갑자기 일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쿠겔블리츠 역시 '마법'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3 할런

House of the Rising Sun - JEREMY RENNER

 

참고로 가수인 제레미 레너는 그 제레미 레너가 맞습니다. 원곡은 따로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제레미 레너의 커버 버전을 사용했습니다. 

 

4화의 오프닝과 엔딩에 나오는 노래로, 비극적인 유년 시절을 이야기하는 가사와 힘을 자제할 수 없어서 엄마와 늘 힘들게 살았던 할런의 과거가 놀랍게도 잘 맞아떨어집니다. 또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구절과 할런이 폭주할 때 그야말로 빛이 터져 나오는 연출은...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3 클라우스

Crystalised - THE XX

 

5화에서 클라우스가 자신의 진정한 능력(불사)을 깨닫는 장면. 노래 자체의 분위기가 퇴폐적인 클라우스와 잘 맞기도 하지만, 노래 가사를 파보면 굉장히 의미심장합니다.

 

해당 곡의 "나를 크리스털로 만들기 위해 내게 가하는 압력"이라는 가사는 해석이 분분한데, 크리스털이 마약을 가리킨다는 의견, 성적인 행위에 대한 암시라는 설, 어떤 두 사람이 관계로 인해 변해가는 감정을 다루고 있다는 해석 등이 있습니다.

어떤 쪽이든 클라우스와 잘 어울리는(....) 노래라고 할 수 있죠.

 

참고로 넷플릭스의 회차별 줄거리 요약에서는 '클라우스와 죽음의 관계가 밝혀진다'라고 써놨는데, 이걸 가사의 세 번째 해석에 대입하면(서로 밀당하고 압력을 가하며 변화시키려고 하는 관계) 심히 잘 맞아떨어집니다.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3 라일라

Let's Be Badder - LUCERN RAZE, CHERRY PICKLES

 

7화 오프닝, 엄마가 자신을 이용하고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고 상심한 라일라가 미친 듯이 드럼을 치는 장면.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3 결혼식

Teenage Dream - THE RESCUES

 

8화, 종말이 다가오는 세계의 결혼식을 장식하는 로맨틱한 곡.

 

이 곡은 역시 <글리>의 커버로 유명한데, <글리> 버전은 좀 더 반짝반짝한 느낌이라면 <엄브렐러 아카데미>에서는 살짝 차분한 분위기의 원곡으로 분위기를 더욱 살렸습니다. 낭만적이고 풋풋한 느낌이 무척 매력적인 노래죠.

 

한편 "우리는 언제나 영원히 젊을 거야", "함께 떠나서 다시는 뒤를 돌아보지 말자"는 가사가 작중 상황과 어울려 달콤 씁쓸한 맛을 자아냅니다.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3 쿠겔블리츠

Another One Bites The Dust (Remastered 2011) - QUEEN

 

7화에서 힘을 합쳐서 쿠겔블리츠를 제거한 후 (한 줄 알고) 축하 파티를 즐기는 우산&참새들.

 

베이스 리프가 매우 매우 매력적인 흥겨운 댄스 음악이지만, 사실 가사를 보면 "또 누군가가 죽는다" 운운하며 갱들이 무장 항쟁을 벌이다 대량학살이 일어난다는 내용입니다.

스패로가 은근히 통수칠 계획을 짜고 있었던 것도 그렇고 바로 이 직후에 쿠겔블리츠가 터져서 스패로에서 슬론과 벤밖에 안 남게 되었다는 것을 보면 정말 시니컬하게 노린 선곡.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3 루서 달
이 이미지는 시즌1이지만

Friday I'm In Love - THE CURE

 

9화 오프닝, 루서가 달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과 함께 나오는 음악.

 

"다른 요일이 우울할 수 있어도 오늘은 금요일, 나는 사랑에 빠져 있어"라고 노래하는 곡인데, 낙천적이고 행복한 사고방식을 표현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단순하고 순진한 루서의 성격과 딱 맞는 음악이지만, 달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차 피폐해지고 절망하는 그의 모습이 나오면서 밝은 음악은 기괴하고 안타까운 조화를 이루죠. 레지널드 ㄱ새끼...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3 엔딩

Short Change Hero - THE HEAVY

 

이 곡은 영국 드라마 <스트라이크 백>에 삽입되었고, <배트맨 아캄 시티>의 예고편 곡이자 <보더랜드 2>의 테마곡이기도 했습니다. '어두운 사회상'과 '완벽하지 않은 영웅'의 이야기에 제법 잘 어울리는 노래라 그런지.

 

"네가 어디서 도망쳐왔는지는 모르지만.... 누가 가장 나쁜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네가 사다리에서 떨어지는 것을 막아줄 사람이 중요해"라는 가사는 꽤 사회적인 메시지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한편 "여긴 영웅을 위한 곳이 아니야"라는 구절도 있는데, 단순한 영웅은 존재하지 않고 평등한 사람들끼리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즌3이 워낙 애매모호하게 끝난 데다가 이 노래의 사용도 다른 음악에 비해 명확하게 의미를 파악하기는 조금 어려워요. "영웅을 위한 곳이 아닌" 세계에 떨어져서 남매들이 초능력을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흠.

 

시즌4 확정이나 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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