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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 관람 후기

원더 2022. 8. 24. 17:57

국립중앙박물관아스테카 특별전 티켓

 

한참 동안 가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던 전시였는데 이번 주까지라기에 후다닥 다녀온 아스테카전.

 

전시 개요

  •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 전시 기간: 2022.5.3 - 2022.8.28
  • 입장료: 성인 5,000원
  • 예매 필수

 

멕시코 수교 40주년 기념 전시로, 아스테카의 대략적인 역사와 문화, 유물을 소개하는 전시입니다.

 

'아스테카'(아즈텍)라고 하면 '인신공양을 마구 행하다가 스페인 군대에 멸망당한 잔혹한 남미 문명' 정도로 알고 있는데, 이번 전시는 멕시코의 역사의 일부이자 문화적 기반으로써의 아스테카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오후 시간에 가서 사람이 적진 않았지만, 예매가 필수인 전시다 보니 보기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전시 리뷰

아스테카 전시1아스테카 전시2

 

도끼와 피와 잘린 팔다리가 난무하는 강렬한 아스테카에 대한 이미지(내지는 편견)와는 달리 전시는 매우 평화롭고... 차분한 톤입니다. 전시 유물 중에 침대에 장식하는 두개골이나 인신공양 제의 때 심장을 넣는 그릇이 있긴 하지만, 피 튀기는 잔인한 문명이라는 프레임과 인신공양의 자극성을 강조하지 않고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좁은 공간을 칸막이로 나누고 동선을 최대한 길게 꾸미면서 아스테카의 역사, 신화, 도시 생활을 둘러볼 수 있게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초보자용(?) 전시로, 쉽고 명확한 설명이 많습니다. 사실 일반인들은 마야와 잉카와 아스테카를 거의 구분 못하는데 이번 전시의 시작부터 마야, 아스테카, 잉카를 간략하고 명확하게 설명한 것이 좋았네요. 

초콜릿, 아보카도, 토마토, 치아시드의 이름이 아스테카에서 유래했다든가, 중요한 작물이었던 옥수수는 성장 단계별로 신이 따로 있었다든가('어린 옥수수의 신'), 묘하게 활기 넘치고 단단해 보이는 개 조각상 등 재미있는 잡학도 있습니다. 

 

아스테카 전시3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AR 기술을 이용해 당시 도시의 모습을 태블릿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코너. 심지어 사람들이 꼬물꼬물 움직이고 불꽃놀이 같은 게 나오는 등 꽤 재미있었어요. 

 

아스테카 전시4

 

(예상했던 것)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심장과 인신공양 의식

(실제로 기억에 남는 것) 옥수수

 

이번 전시는 아스테카 문명에 대한 개론으로,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교양 수업 정도의 레벨입니다. 강렬함을 기대하고 갔다면 살짝 실망할 수도.  

개인적으로 예술이나 미학적인 접근은 적어서 조금 아쉽긴 했습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악명 높은 문명에 대한 이런 신중하고 온건한 접근은 신선했어요. 조금 생각을 달리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멕시코의 국명이나 국기가 아스테카에서 유래된 것일 정도로 아스테카는 멕시코의 기반이 되었고, 또 생각했던 것만큼 아스테카 멸망의 과정이 단순하거나 정당하지는 않았습니다.

 

본 전시는 아스테카의 인신공양이 실제로 이루어졌던 것은 맞지만, 그간의 기록이나 이미지가 매우 편파적이라는 점을 들며 한 번쯤은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 볼 것을 권합니다.

해골이나 뼈로 만든 장식을 두고 유럽인들은 불길하고 야만적이라고 여겼지만 아스테카나 현대의 멕시코에서는 해골이나 죽음 자체가 부정적으로 여겨지거나 터부시 되지는 않았습니다. '죽은 자들의 날'이나 산타 무에르테 같은 것도 있으니까요.... <코코>만 봐도 그렇고.

 

예상했던 강렬함과는 사뭇 다른 전시였지만, 오히려 새로운 측면에서 흥미가 생겨서 도서관에서 메소아메리카 관련한 책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전시의 의미는 전시가 끝난 다음에 시작된다구요.

 


국중박

 

++ 화창한 날에는 국중박에 다녀오는 것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