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어, 수초항/관상어, 수초항

둥근 어항에 물고기를 키우면 안되는 이유

원더 2022. 7. 14. 12:08

둥근 금붕어 어항

 

둥근 어항은 보통 '어항'하면 떠올리는 가장 흔한 형태입니다. 만화나 영화 등에서 가장 익숙한 모습이기도 하고, 인스타 등지에서도 둥글고 작은 어항이나 유리병, 꽃병 등에서 베타나 금붕어를 키우는 사진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어항은 물고기를 키우는데 매우 부적절하며 정확히 말해선 어항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만약 물고기를 키우고 싶다면 이 어항만큼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죠.


산소 공급이 어려움

 

둥근 유리 어항은 표면 대비 공기 비율이 매우 적습니다. 쉽게 말하면, 물의 나머지 부분에 비해 얼마나 많은 물 표면이 공기에 노출되어 있는지에 대한 비율입니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넓은 수면이 공기에 접하고 있을수록) 더 많은 산소가 물에 용해되어 물고기가 더 쉽게 호흡할 수 있습니다. 입구가 좁아지는 둥근 어항보다 직사각형 형태의 수조가 더 좋은 비율을 가지고 있죠.

 

한편 아래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둥근 어항에는 여과기(와 기포기) 설치가 어렵기 때문에 용존산소량이 더욱 떨어집니다.

 

여과기와 히터를 설치할 수 없음

 

둥근 어항은 대체로 작고 둥근 모양이라 뭔가를 더 넣기가 힘듭니다. 관상어를 키우는데 필수적인 장비인 여과기와 히터를 넣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베타는 라비린스 기관으로 직접 산소를 호흡할 수 있으니 여과기가 필요 없다는 의견이 종종 있지만, 베타가 100% 라비린스 기관으로만 산소를 얻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여과기의 존재 의의는 배설물이나 폐기물이 썩어서 유독한 화학 물질(암모니아, 질산염 등)을 생성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즉, 이러한 폐기물을 직접 제거하고 물을 자주 갈아주지 않는 이상 여과기를 설치하는 것이 언제나 더 낫습니다.

 

히터 역시 마찬가지. 대부분의 관상어는 열대어이고, 20-28℃ 사이의 수온을 유지해야 합니다. 여름에는 얼음이나 얼린 페트병 등을 사용해서 수온을 직접 조절할 수 있지만, 겨울에 히터 없이 따뜻한 물을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히터는 물론 온도계조차 들어가기 힘든 크기의 어항에서 물고기를 키우면 안 됩니다.

 

 

물리적 공간 부족

 

물고기가 그리 많이 헤엄치는 것처럼 보이지 않더라도, 그들은 항상 움직이거나 주변을 탐색합니다. 이런 외부적 자극이 극히 제한된 좁은 곳에서 자란 물고기들이 병에 걸리기 쉽고 같은 자리를 반복해서 도는 등의 정형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물고기가 겁을 먹었거나 잠시 쉬고 싶을 때에는 은신처가 필요합니다. 이런 공간이 없다면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또 주로 이런 둥근 어항에서는 베타나 금붕어를 키우는데, 베타는 다 크면 최대 7cm, 금붕어는 수십 년 간 살면서 사람 주먹보다 훨씬 크게 자랍니다. 헤엄을 치기도 비좁은 어항에서 살기에는 너무 큰 물고기들이에요. 

 

한편 크기가 문제라면 구피나 테트라같이 작은 물고기를 기르면 되지 않냐는 의견도 나올 텐데, 구피나 테트라는 무리를 지어서 사는 것을 좋아하고, 개체 수가 너무 적으면 겁에 질리기 쉬운 어종입니다. 결국 작은 어항에 뭔가를 키우는 건 학대밖에 되지 않아요.

 

 

유지 관리의 어려움

 

"아니, 작은 어항이 큰 어항보다 훨씬 관리하기 쉽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2자, 3자 넘어가는 어항은 더 무겁고 환수할 때도 품이 많이 들지만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을 유지하는 데에는 큰 어항이 오히려 더 쉽습니다.

 

작은 어항은 자정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염 물질이 조금만 있어도 수질이 쉽게 변하고, 수온도 큰 폭으로 변합니다. 작은 어항은 흔히 말하는 '물 깨짐' 현상에도 약합니다. 물 한 컵에 소금 한 스푼을 타면 짜지만 수영장에 소금 한 스푼을 넣어봤자 아무런 맛이 안 나는 것과 동일하죠. 쉽게 말하면, 30 큐브 수조라면 깜빡 잊고 환수를 한번 거르거나 오염 물질이 떨어져도 당장 물고기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같은 일이 작은 어항에 벌어졌을 때에는 물고기가 시름시름 앓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매번 마음 졸이며 병든 물고기를 보느니, 적당한 크기의 수조에서 조금 느긋하게 키우는 게 좋지 않겠어요?

 

시야 왜곡

 

구부러진 유리는 물고기의 시야를 왜곡시켜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물고기도 눈이 있는데, 바깥 풍경이 일그러지고 흐릿하게 보이는 게 좋을 리가 없죠. 특히 시력이 좋은 베타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해외에서는 아예 이런 둥근 어항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종종 있습니다.

 


둥근 어항, 미니 어항에 대한 이야기는 늘 뜨거운 토론의 장이 되곤 합니다. 주로 "아닌데? 내가 키워봤는데 둥근 어항에서도 오래 살던데?"라는 의견이 많죠. 하지만 그냥 오래 사는 것과 행복하게 오래 사는 것은 꽤나 큰 차이입니다.

물고기의 행복은 긴 수명뿐만 아니라 선명한 발색과 활달한 움직임으로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좁고 둥근 어항에서의 행동과 제대로 된 수조에서의 행동은 명확하게 달라요. 

 

그냥 물에 담가두기만 하면 될 줄 알았을지 몰라도, 물고기를 키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필요한 장비도 많습니다. 그러나 좋은 환경과 사랑을 주면 그것이 물고기에게 직접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이왕 키울 거라면, 예쁘고 활달하고 행복한 물고기를 키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