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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 번식시키는 방법 (암수 구분, 개체 수 조절하기)

원더 2022. 7. 20. 10:51

구피들 이미지

구피 번식의 기본 정보

 

구피는 물고기지만 알을 낳지 않고, 뱃속에서 품고 있는 알이 부화하면서 새끼를 낳는 난태생 어류입니다. 물고기가 새끼를 낳는 것을 보고 있으면 꽤나 신기하죠.

 

구피는 암컷과 수컷이 있다면 자동적으로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번식이 쉽습니다. 구피 암컷은 수컷의 정자를 최대 6개월 간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심지어 암컷 한 마리만 있어도 새끼를 낳을 수 있습니다. (?!)

게다가 한 달에 한 번씩, 10-50마리의 새끼를 낳으니 손 놓고 있으면 엄청난 속도로 불어납니다. 사실 '구피 번식시키기'에 대한 정보는, 번식 그 자체보다는 형질 고정과 개체수 조절이 더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구피는 유전 형질을 고정시키기 매우 쉬운 종으로 유명합니다. 쉽게 말하면, 특정한 무늬나 색깔을 가진 구피를 어느 정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기 쉽다는 이야기지요. 일반인이 가정집에서 키우면서도 가능한 일입니다. 게다가 번식 난이도도 매우 매우 낮으니, 구피를 키운다면 브리딩에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어 지기 마련이죠. 그런 초보들을 위한 가이드입니다.

 

구피에 대한 기본 정보는 이 글 https://cabinetofwonder.tistory.com/2 을 참고.

 

 

구피의 암수 구분

구피 암수구분

 

먼저, 번식을 위해서는 구피의 암수부터 구분할 수 있어야겠죠. 구피의 수컷과 암컷은 매우 구분하기 쉬운 편입니다. 일반적으로 구피 수컷은 암컷보다 더 작고 화려한 색깔과 무늬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주 예쁜 구피가 있다면 높은 확률로 수컷입니다.

 

암컷은 좀 더 크고, 옅은 색깔과 수수한 무늬를 지니고 있습니다. 수컷과 같은 색깔이나 무늬를 가지고 있더라도, 색이 훨씬 옅거나 몸통 일부에만 무늬가 있는 등 큰 차이를 보입니다. 또한 암컷은 배가 통통하게 나와 있고, 몸체가 조금 더 두껍습니다. 배 지느러미가 딱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것도 암컷만의 특징.

 

 

단계별 구피 번식

1. 선별

먼저 번식시킬 구피를 선택해야겠죠. 더 좋고 멋진 구피를 얻고 싶다면 건강하고 아름다운 부모를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일한 색상이나 패턴, 지느러미 모양 등을 가진 부모를 선택하면 태어나는 치어도 같은 특징을 가지고 태어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빨간색 수컷 구피와 빨간색 암컷 구피를 짝지으면 태어나는 치어는 빨간색이 됩니다. 꼬리가 매우 큰 구피 수컷과 암컷을 교미시키면 치어 역시 매우 큰 꼬리를 지니고 태어납니다. 이런 식으로 중요한 형질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한편 하얀색 수컷 구피와 빨간색 암컷 구피(혹은 그 반대)를 이어준다면, 태어나는 치어의 색깔이 좀 옅어지거나 일부분만 빨갛게 되는데, 이를 이용해 새로운 색깔 혹은 무늬를 지닌 구피를 탄생시킬 수 있습니다. 이 점을 활용해 번식시킬 구피를 선정합니다.

 

2. 번식 탱크 마련하기

그냥 원래 키우던 메인 어항에서 번식시켜도 되지만, 그럴 경우에는 치어를 관리하거나 개체수를 조절하기 매우 어려워집니다. 그래도 '나는 그냥 우리 구피가 마구마구 새끼를 치는 걸 느긋하게 보고 싶어'라면 그냥 메인 어항에 냅두기만 하면 됩니다. (수온을 26℃ 정도로 조절해주면 금방 번식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개체수 조절 및 형질 고정 브리딩을 해보려고 한다면 별도의 어항을 마련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번식 탱크는 메인 어항만큼 크지 않아도 되고, 히터와 여과기가 들어가는 작은 탱크항이면 됩니다. 여과기에 치어가 빨려들어가지 않도록 입수구에 스펀지 등을 끼워줍니다. 바닥재는 깔지 않아도 좋습니다. 치어를 분명하게 보고 먹이 등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치어들이 숨거나 휴식할 곳을 위해 이끼를 활착시킨 유목이나 돌(혹은 포트)을 하나쯤 넣어둡니다.

 

3. 번식 탱크 세팅하기

번식 탱크의 수온을 25-26℃ 정도로 맞춰주고, 물을 채웁니다. 메인 어항의 물을 이용해도 좋습니다. 충분히 수질이 안정되면, 선별한 구피 암수 커플을 넣습니다. 냉동 장구벌레나 브라인슈림프 등의 생먹이와 영양가 높은 사료를 주면 번식에 도움이 됩니다. 잘 먹이면서, 구피 커플이 짝짓기를 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둘 다 성체라면 하루 지나면 임신이 되지만, 짝짓기가 처음이라면 2-3일이 걸릴 수 있습니다. 

암컷의 배가 불룩해지고 임신한 것이 확인되면, 수컷은 따로 빼서 메인 어항으로 돌려보냅니다.

 

 

4. 임신한 암컷 구피 돌보기 & 출산 직후 분리하기

출산까지는 26일에서 31일이 걸립니다. 출산일이 임박할수록 암컷의 배는 점점 부풀고 검은색을 띕니다. 알비노 종류의 경우에는 짙은 갈색을 띠기도 합니다. 그리고 점차 움직임이 둔해지고, 먹이를 거부하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경계를 늦추지 말고 항상 암컷을 지켜봐야 하는데, 암컷이 새끼를 다 낳으면 바로 암컷을 분리시켜 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구피는 자신의 치어를 잡아먹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컷도 미리 빼둬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번식 탱크를 따로 마련하지 않고 그냥 메인 어항에서 번식을 시킨다면, 바로 이 점 때문에 개체수 조절이 됩니다. 그래도 싸그리 전멸하는 일이 흔하진 않지만 메인 어항에서 치어들의 생존율을 높이고 싶다면 수초나 유목 등 숨을 곳을 많이 만들어주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구피 암컷이 한번에 낳는 치어의 수는 10~50마리지만, 첫 출산인 경우에는 달랑 1마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출산 경험이 많은 구피일수록 치어 수가 늘어납니다. 

 

5. 치어 돌보기

구피 치어들에게는 갓 부화한 브라인슈림프가 가장 좋은 먹이입니다. 생먹이를 먹으면 성장과 발색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 외에 치어용 사료나 삶은 시금치 등을 가루 내어 급여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그 외에 죽은 치어가 있다면 시체를 바로바로 건져내 주고, 계속 수온과 수질에 신경 쓰면서 번식 탱크에 남은 치어들을 돌봅니다. 며칠마다 한번씩 40%의 물을 갈아줍니다. 사이펀으로 물을 뺄 때 치어를 빨아들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6. 메인 어항에 합류시키기

치어가 충분히 자랐다고 판단되면 메인 어항에 합사시킬 수 있습니다.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 되면 치어들은 번식 탱크 밖에서도 잘 살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합니다. 

 

 

구피의 개체 수 조절하기 (번식 안 시키는 방법)

구피 어항
알비노 풀레드 수컷만 두마리 있는 우리집 어항

 

구피를 키우는 사람에게 있어서 번식은 거의 피해갈 수 없는 사건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암컷과 수컷이 있고 어항 안의 수온이 적당히 높다면 그냥 번식이 자동으로 되는 수준인데요. 아무 준비도 안하고 있다가 생체 폭탄을 맞아 100마리, 200마리로 늘어나 버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결국 살아있는 생명을 버리거나, 형편없이 좁은 어항에서 키우면서 점점 더 손쓸 수 없게 되거나 하죠.

 

만약 구피를 더 늘릴 계획이 없다면 그냥 마음 편하게 수컷만 키우세요.

 

메인 어항에 두고 합사한 물고기들이 치어를 잡아먹게 방치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조금 잔인해 보이지만, 자연의 법칙에 맡기는 거죠. 다만 수초가 풍성한 어항이라면 치어가 잘 숨어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잡아먹고 잡아먹어도 또 나오는 공포 현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게다가 구피의 엄청난 번식 속도상 완벽하게 개체 수를 조절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결국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차라리 암컷이 임신했을 때 메인 어항에서 분리해주고 치어를 따로 받아 개체수를 조절하는 게 더 낫습니다.

 

결국 구피를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처음부터 개체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 뿐입니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 꼴을 못 면한다"라는 게 70년대의 인구 조절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에요. 내가, 그리고 구피들이 가장 행복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