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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윈도> 리뷰(+전체 줄거리, 결말) : ★☆ 총체적 난국

원더 2023. 4. 28. 20:42

 

넷플릭스 우먼 인 윈도 포스터

 

시간 낭비하지 않게 먼저 알려드리죠.

<우먼 인 윈도>는 유명한 제작자가 유명한 배우들과 유명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도 얼마든지 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감독은 <어톤먼트>와 <오만과 편견>을 찍은 조 라이트고, 에이미 아담스에 게리 올드만, 줄리언 무어 등 기라성같은 훌륭한 배우들이 출연하며, 원작 소설도 세기의 명작까진 아니어도 그럭저럭 이름을 알린 베스트셀러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형편없는 영화가 되다니 대체 이유가 뭘까요?

 

영화를 세 부분으로 나눠서 차근차근 살펴봅시다.

 

※ 영화의 전체 줄거리, 범인,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주의


파트1: 늘어지는 스릴러

우먼 인 윈도의 주인공 에이미 아담스

 

광장 공포증 때문에 집에서만 지내는 정신과 의사 '애나'.

약과 술에 의존하면서 살며 별거 중인 남편과는 전화 통화로만 이야기하고, 정신과 상담은 상담의의 방문 치료로 받고 있습니다. 그녀는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대신 건너편에 있는 이웃집을 엿보는 취미가 있습니다.

 

건너편에 새로 이사 온 소년인 이선이 이사 선물을 가져오자 애나는 그를 집으로 맞아들여 대화를 나누며 호감을 가지고, 그 다음에는 이선의 어머니인 제인 러셀을 만나 친해집니다.

 

그러던 어느날, 밤중에 깨어난 애나는 여자의 비명 소리를 듣고 건너편 집에서 제인이 살해당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녀는 급하게 경찰에 신고하지만 건너편에 사는 러셀 가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고, 제인 러셀이라며 나타난 여자는 생전 처음보는 여성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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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습니다. 여기까진 그다지 크게 잘못될 것도 없어 보이는 그냥 스릴러입니다.

 

넷플릭스 스릴러 영화 우먼 인 윈도

 

고립된 여주인공, 주인공이 홀로 옳은 소리를 하는데 주변으로부터 미친 취급을 받는 것은 매우 흔한 클리셰입니다. 뻔하다는 이야기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효과적이란 이야기이기도 해요. 

살인마가 바로 가까이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는데 아무도 안 믿어주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서운함과 긴장감이 쌓이고, 한편으로는 시청자도 스멀스멀 '혹시 주인공이 미친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면서 주인공은 정말 완전히 고립됩니다. 긴장감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전개죠.

 

하지만 <우먼 인 윈도>는 그 기본적인 쫄깃함도 없습니다.

 

영화는 사건이 터질 때까지 거의 30분 가까이를 난잡하고 의미없이 낭비해 버립니다.

애나가 약과 술을 퍼먹고 쓰러져 자고 고전 영화의 화면이 오버랩되는 연출은 자꾸 반복되면서 그냥 어지러울 뿐이고, 배경과 상황 설명도 그다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애나는 광장 공포증 때문에 매우 고립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파트에 같이 사는 세입자인 데이비드가 있고 외부인을 집 안으로 들이는 등 생각보다 단절되어 있진 않습니다.

그런 와중에 애나의 상태에 대해서 충분히 깊이 들어가지 않다보니 이선이나 제인과의 교류도 다소 갑작스러워 보이고 한번 만난 여자를 구하겠다고 우산을 들고 대번에 밖으로 뛰쳐나가는 장면은 좀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아니 그냥 이렇게 극복되는 거였어..?

 

....하지만 뭐, 어쨌든 건너편 집에서 한 여자가 죽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파트2: 미완성 사이코 드라마 

 

경찰은 약과 술로 인해 불안정한 애나의 정신 상태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러셀 집안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모든 것이 애나의 착각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그러나 애나는 자신이 본 것이 사실이라고 굳게 믿고 이웃집을 더욱 염탐하기 시작합니다. 러셀이 보스턴에서 이사온 수상쩍은 정황과 그가 아들에게 손찌검을 하는 것을 보고 애나는 확신하지만, 러셀에게 폭언을 듣는 등 갈등만 증폭됩니다.

 

이 와중에 누군가가 집에 들어와 자신의 자는 얼굴을 찍은 사진을 메일로 보내자 애나는 러셀 가족과 경찰들이 있는 앞에서 자신을 믿어달라며, 우리 남편이 옆에 있었더라면 분명히 도와주었을 것이라고 호소하지만 여형사의 당신 가족은 다 죽었다는 말과 함께 애나의 과거가 밝혀지는데...

 

애나는 남편을 두고 바람을 피웠고, 이 때문에 딸과 함께 가족 여행을 가던 중 남편과 크게 다투고 맙니다. 그리고 운전을 하고 있던 애나의 부주의로 사고가 나고 그 자리에서 남편과 딸이 사망했죠.

즉, 애나가 전화로 계속 이야기했던 남편은 그녀가 만들어낸 환상.

 

경찰은 애나가 제인 러셀(줄리안 무어)을 만났다고 주장한 것도 환상이라고 설득하고, 현실을 인식하게 된 애나는 자신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러셀 가족에게 사과합니다.

 

그리고 유언으로 남길 동영상까지 찍으며 죽을 결심을 하지만 결국 시도하지는 못하고, 휴대폰을 보다가 뭔가를 발견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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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중간 반전이 드러났습니다.

넷플릭스 우먼 인 윈도의 반전

 

그리고 여기서부터 갑자기 심리 드라마가 됩니다.

 

특히 애나가 자신의 설명을 늘어놓는 장면이 마치 무대 위에서 홀로 낭독하는 듯한 구도가 되면서 매우 연극적인 연기와 애나의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화면은 거의 무슨 심리 치료 테라피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이것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래도 나름 신선한 느낌이었음)

 

근데 에이미 아담스가 열심히 울고 불고 해도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가 않아요. 사실은 대단히 슬픈 장면인데도, 영화는 멀뚱히 서서 애나라는 인물을 어설프게 찍고 있을 뿐입니다. 

심리 치료 테라피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정확히 말해서는 '심리 치료 테라피를 받는 여성을 연기하는 오디션장'의 느낌입니다.

 

게다가 애나를 악의적으로 대하는 러셀과 여형사는 지나치게 평면적이고, 간단한 논리조차 이어가질 못하는 답답한 대화는 몰입도를 더욱 떨어뜨립니다. 

애나의 과거, 거기에서 비롯된 슬픔과 좌절은 작품의 1차 반전이자 큰 에너지원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겉돌고 맙니다.

 

 


파트3: 얼빠진 슬래셔

 

애나는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들을 보다가 제인 러셀(줄리안 무어)이 놀라왔을 때 그녀가 찍은 고양이 사진을 발견하는데, 그 사진 속에는 와인잔에 반사된 제인의 얼굴이 찍혀 있었습니다.

 

자신이 헛것을 본 게 아님을 확신한 애나는 이 사진을 데이비드에게 보여주고, 데이비드는 뜻밖에 그녀의 이름은 케이티이며 건너편 집 이선의 친엄마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러셀이 케이티에게서 아들을 빼앗아가자 케이티는 러셀 가족을 쫓아다녔고 애나에게 자신이 러셀의 현부인인 제인인 척 한 것.

데이비드는 케이티와 하룻밤을 보냈지만 자신의 사정을 늘어놓는 그녀가 지긋지긋했다고 말하고, 자신과 함께 경찰서에 가자는 애나의 제안도 거절합니다.

 

애나는 잠시 망연자실해 있는데, 갑자기 이선이 식칼을 들고 나타나 데이비드를 공격하고 애나를 위협합니다.

친모인 케이티를 죽이고 애나의 집에 들어와 그녀를 몰래 찍은 것도 다 이선이 한 짓인 것. 

 

애나는 이선과 사투를 벌이다가 큰 부상을 입지만, 이선은 사망에 이르게 하는데 성공합니다. 병원에서 깨어난 애나는 그녀의 말이 진실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은 경찰에게서 사과를 받습니다.

 

그리고 9개월뒤, 몸과 마음을 회복한 애나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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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반전의 반전!

사실 줄리안 무어는 진짜 제인이 아니었지만, 그녀는 살아있는 사람이었고 또 실제로 살해당한 게 맞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죽인 것은 바로 착해 보였던 이선.

 

넷플릭스 영화 &#39;우먼 인 윈도&#39;의 범인

 

이선이 사악한 미소를 짓고 식칼을 들고 나타나는 순간 영화는 갑자기 <스크림>같은 B급 슬래셔 무비로 변합니다. 

 

무구하고 순진해 보였던 이선이 범인이었다는 반전은 나름대로 쓸만하지만 암시도 복선도 개연성도 임팩트도 없어서 별로 무섭지도 않습니다. 갑자기 여자 죽이는데 맛들린 미친 살인마로 각성해서 자신의 살인 행각에 대해 늘어놓는 부분은 너무 조악해서 민망할 정도.

 

증인 하나가 줄줄이 스피드왜건하는 허망한 전개도 문제지만 시체를 어떻게 은폐했는지, 애나의 휴대폰을 어떻게 뒤졌는지(아니 잠금도 안 해놓나) 같은 당연하게 드는 의문도 해결해주지 않으며 어떻게 집에 몰래 들어왔냐는 애나의 질문에 니가 제정신이 아니고 열쇠도 잘 안 챙기니까 라는 말로 대충 답을 때우는 장면은 거의 모욕적일 정도로 성의가 없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추격씬은 더욱 당황스러운데 무대같은 아파트 공간, 부아아아앙 하고 클로즈업으로 달려가는 카메라나 여주인공의 얼굴을 대놓고 날붙이로 찍어버리는 잔혹성은 갑자기 무슨 지알로 영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렇다고 지알로나 슬래셔처럼 그냥 앞에 펼쳐지는 화면을 퓨어하게 즐기기에는 연출도 유치하고, 앞서 이야기한 지나치게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과 어이없는 살인마 캐릭터 등 너무 덜거덕거리는 불필요한 장애물들이 많습니다. 


넷플릭스 우먼 인 윈도 리뷰

 

정말이지 각 요소가 다 어설프고 서로 연결이 되지 않아서 영화 한편이편같지 않지가 않아요. 적당한 스릴러, 외롭고 슬픈 여자의 심리 드라마, 난무하는 피와 긴장감을 즐기는 호러 영화를 한 조각씩 가져와 그럴 듯한 레퍼런스들(<이창>같은)로 대충 얼기설기 꿰어놓았습니다.

훌륭한 배우들이지만 대사와 행동이 얄팍해서 연기가 부담스럽다는 느낌도 들고, 스타일리시한 척하는 카메라도 과유불급.

 

웬만큼 갖춰진 그 모든 것들을 가지고도 제대로 만들지 못할 수 있다는 건 이래저래 교훈이 되네요. 정신차리지 않으면 아무리 안정적인 조건이라도 총체적 난국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러니 정신 차립시다. 

 

<우먼 인 윈도>
★☆
총체적 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