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어, 수초항/관상어, 수초항

베타가 밥을 안 먹는 7가지 이유와 해결책 정리

원더 2022. 6. 21. 06:03

 

초보들이 베타를 처음 키울 때 가장 처음 만나는 고민은 아마도 '베타가 밥을 안 먹어요'일 것입니다. 베타는 스스로 먹이를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는 정말 애가 타죠.

 

저희 집 베타인 샤는 10일 동안 단식함....

 

우리집 베타 샤

 

처음 키우는 베타라서 정말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베타가 밥을 안 먹는 이유와 그 해결책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어항에 새로 왔을 때

 

새로 들인 베타가 밥을 안 먹는 것은 매우 흔한 일입니다. 이 예민한 물고기는 이동 중의 스트레스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바빠서 먹이를 거릅니다. 

 

해결책은 시간. 새로 온 베타가 먹이를 먹기 시작하는 데에는 보통 2-7일이 걸립니다. 그동안 너무 큰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하고(조명을 너무 밝게 한다든가 계속 들여다본다든가), 천천히 익숙해질 시간을 주세요. 

일단 하루에 두 번씩 먹이를 주고, 10분 이내에 먹지 않는다면 치워줍니다. 먹이가 썩어서 수질을 악화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샵이나 분양받은 전 주인에게 연락해서 원래 먹던 먹이가 무엇이었는지 알아보고 같은 사료를 주거나, 냉짱 같은 생먹이를 주는 것도 좋습니다.

 

 

 

2. 좋아하는 사료가 아니라서 

 

놀랍게도 물고기에게도 취향이 있습니다. 특히 베타는요. 사료를 바꿨더니 새로운 사료를 안 먹는다든가, 특정 먹이만 안 먹는 것도 꽤 자주 발생하는 일입니다. 특히 먹이 주변을 알짱거리다가 한번 먹고 뱉는 행동은 완전히 기호의 문제.

 

웬만한 시판 사료들의 성분이 나쁘지는 않으므로, 베타가 안 먹는다고 안 좋은 사료인 것은 아닙니다. 각기 다른 종류의 사료를 시도해보고 반응하는 먹이를 계속 주거나, 아니면 굶겨가면서 먹을 때까지 시도하면 됩니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3. 수온이 맞지 않을 때 / 수온 쇼크

 

어항의 수온이 지나치게 낮을 경우 베타의 활동과 신진대사가 느려집니다. 후각도 둔해지고, 소화 작용 또한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므로 식욕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베타 어항의 적정 수온은 26~28℃로, 어항에 온도계를 달아놓고 자주 체크해야 합니다. 특히 24℃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겨울철에는 히터가 필수입니다.

 

또 지나치게 갑작스러운 수온 변화는 베타의 건강을 크게 해치고 병이 생기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환수를 할 때는 새로운 물과 기존 어항물의 온도를 맞춰주세요.

 

 

4. 수질 악화

 

베타는 무척 예민한 물고기라 수질 변화에 민감합니다. 환수한 직후에 종종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죠. 환수한 지 얼마 안되어 먹이를 거부한다면, 그냥 몇 시간 후에 다시 주면 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 거부한다면 수질을 확인해보고 조치를 해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암모니아 중독이 가장 일반적인 문제입니다. 수질 테스트에서 암모니아 수치가 높게 나왔다면 조금씩 환수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5. 너무 많이 먹였을 때

 

베타의 위장은 아주 작아서, 많이 먹으면 탈이 나기도 합니다. 간혹 사료를 줬는데 먹은 티가 거의 안 나서 주인이 먹었는지 안먹었는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이 먹이를 얼마나 주었는지, 베타가 확실히 먹이를 먹었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먹이를 줄 때는 베타의 눈알 크기만큼 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알갱이(펠렛) 형태의 사료라면 1-3개쯤이고, 보통 하루에 아침저녁으로 2번 줍니다. 

 

외국에서는 베타의 소화기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일주일에 하루는 그냥 굶기는 것을 권장하기도 합니다.

 

 

6. 스트레스, 병에 걸려 아플 때

 

베타는 꽤 튼튼한 물고기지만 동시에 아주 예민하고 까다로운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별의별 것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수온, 수질,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 조명이 너무 밝을 때, 어항이 너무 좁을 때, 어항에 아무것도 없을 때, 자꾸 사람이 건드릴 때, 짜증 나는 합사어가 있을 때...

 

베타가 먹이를 거부할 때는 이런 스트레스 요인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원인을 파악했지만 제거해주거나, 익숙해질 시간을 주면 됩니다.

 

원인이 잠깐의 스트레스가 아니라 병이라면 좀 심각한데, 병에 걸렸다면 식욕 부진 외의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 마련이니 꼬리나 지느러미의 상태를 함께 살펴주세요.

 

 

7. 산란기

 

이거 진짜 인터넷에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더라.

저희 집 샤의 문제는 이거였어요.

 

베타 거품집 사진

 

샤는 새집에 온 다음날부터 거품집을 엄청나게 지어댔습니다. 베타가 거품집을 짓는 건 수컷이 건강하고 성숙해서 암컷을 맞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기분이 좋거나 수질에 만족하고, 건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하죠. 그래서 안심했는데 사흘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샤는 밥을 하나도 먹지 않았습니다. 샵에서 먹던 사료를 줘도, 먹이 반응이 좋다는 사료를 새로 사서 줘도 쳐다도 안 봤습니다.

 

베타는 2주일 정도 굶어도 괜찮다지만, 점점 말라가는 게 보이는 데다 사료를 먹이려고 들이대는 과정에서 짜증이 났는지 스스로 꼬리를 뜯는 일도 있었습니다. 근데 그러면서 거품집은 계속 짓고. 먹이 반응이 이렇게 없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건데, 거품집은 베타가 건강하다는 표시. 뭐지? 어쩌라는 거지?

 

결국 발품을 팔아 청계천을 돌며 새로운 사료와 냉짱 등을 샀는데, 해당 증상을 들은 한 주인분이 산란기라 그렇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특히 첫번째로 산란기를 맞은 수컷이라면 더욱 거품집에 집착해 먹이를 거들떠보지 않기도 한다고.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모태 솔로가 여친 만들어달라고 미쳐 날뛰며 시위하는 것이었던 겁니다. 

 

이 경우 해결법은 합사를 시켜주든지, 꾸준히 다른 사료를 먹이면서 기싸움을 하든지.

참고로 샤는 꼬박 열흘을 굶고 난 후 새로운 사료(바이브라바이트 베이비)를 넙죽 받아먹었습니다.

 


사실 베타도 생물이기 때문에 스스로 굶어죽는 것을 선택하진 않습니다. 다양한 사료를 주다보면 그 중 한가지는 먹기 마련이고, 먹다 뱉은 걸 먹이려면 일단 굶기는 게 답입니다. 그 와중에 너무 건강을 해칠까봐 걱정이 많이 되겠지만, 베타의 단식이 2주 이상을 넘기는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 그리고 베타는 이론적으로 2-3주 동안 아무것도 안 먹어도 살 수는 있어서 갑자기 크게 잘못될까 봐 겁먹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꾸준히 보살펴주는 게 답입니다.

 

모든 베타가 밥을 잘 먹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