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건강/야구

2023 WBC 한국 모든 경기 총정리

원더 2023. 3. 14. 13:49

 

 

 

 

 

2023년 WBC 1라운드의 한국 경기의 결과와 각 경기별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후폭풍까지도.

 

2023 WBC 호주전

[한국: 호주] 8:7

경기일자: 3월 9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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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고영표가 4회까지 잘 던져주었지만, 타선이 그 이상으로 호주 투수에게 꽉 막혀 4회까지 답답한 느낌이 이어졌습니다.

4회 2:0으로 뒤지다가 5회에 양의지가 역전 쓰리런을 터뜨리며 3:2, 6회에 1점을 더 달아나 4:2로 순조롭게 나아가는 듯 했으나.....

7회에 소형준-김원중-양현종이 투수 교체 절망편을 찍으며 4:8로 무너집니다.

 

그나마 7:8까지 한점씩 차근차근 따라가지만, 될 일도 안 될 것같은 예감이 드는 요상하게 찝찝하고 콱 막힌 분위기 속에서 경기 마감.

'공격은 수비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야구의 기본을 깨달을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야구에 만약은 없다지만 삐걱대는 타순 아다리와 불펜 운용은 정말 이것이 최선인가 싶었고, 수많은 '만약'의 멀티버스를 낳았습니다. 특히 호주전을 잡았더라면 8강은 전혀 어렵지 않은 문제였기 때문에 더욱 아쉽습니다.

 

그 외에도 팀에 흐르는 (좋지 않은 의미의) 긴장감은 불안과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소였습니다.

2루타를 쳤는데 세레머니를 하다가 베이스를 안 밟아서 죽은 강백호의 세레머니사는 승패나 경기의 흐름에 상관없이 정말 아쉬운 장면이었고.

 

2023 WBC 한일전 오타니

[한국: 일본] 4:13

경기일자: 3월 10일(금) 

상세 경기 리뷰

 

3회부터 어제의 실수를 깔끔하게 되갚은 강백호와 어제처럼 다시 한번 툭 홈런을 친 양의지, 언제나 혼자 할 일은 하는 이정후 덕분에 3:0으로 앞서갑니다. 그러나 그 다음 이닝에 선발 김광현이 바로 힘이 빠져 노아웃 만루라는 위기를 만들어놓고 런, 이어 5번 타자 요시다에게 역전 홈런을 맞아 3:4가 됩니다.

 

그래도 이때까진 해볼만 하다 싶었으나 이후 투수 교체할 때마다 족족 꼬이면서 마운드가 망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멸망.

스크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은 안타를 맞고, 그 다음에 올린 투수들은 가운데에 공을 던지지도 못하고 볼넷과 폭투와 밀어내기. 그 와중에 라스 눗바에게 몸에 맞는 공, 오타니 쇼헤이에게도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공이 있어서 둘이 약간 불만을 표시했는데 맞추려고 맞춘 게 아니라 제구가 쓰레기라는 걸 알았는지 그냥 넘어가줌...ㅋㅋ..

 

...그나마 최악과 차악 중에 고르자면 볼넷으로 밀어내기를 하느니 안타 맞고 위기 관리를 하는 것이 나은데, 감독은 위기가 올 때마다 쌩으로 투수를 바꾸는 방법으로만 빵꾸를 막으려고 시도했고 장렬하게 실패.

 

다르빗슈에게 4점을 뽑을 정도로 초반의 내용은 정말 나쁘지 않았는데, 위기를 전혀 극복하지 못하고 그대로 분위기를 내주면서 망했습니다. 

위기지만 일단 하나씩 해보자는 분위기가 아니라

허미 위기야 어쩌지? 너 나갈래? 헉 안되겠다 너도 나가라 아 얘도 불안하네 그럼 다음엔 너야

이런 식으로 쩔쩔매는 순두부 멘탈인 게 다 들통났으니 그 뒤로 뭘 어떻게 해도 안되지.

 

실력 차이도 분명히 있지만, 부담과 압박과 긴장에 짓누려서 터져버리는 게 느껴져서 더욱 마음이 무거운 경기였습니다.

 

 

2023 WBC 채코전 이정후

[한국: 체코] 7:3

경기 일자: 3월 12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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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전 첫출전인 체코는 의외로 탄탄한 기본기와 소신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매력적인 팀으로 부상했습니다. 그리고 체코는 이번에도 여전히 그들의 야구를 보여주었고, 한국은 긴장과 압박으로 터져버린 경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1회부터 6:0으로 앞서나갔고, 선발 박세웅이 정말 훌륭하게 막아주면서 5회까지 아무런 문제도 없어보였습니다. 

그리고 박세웅이 내려가고 뒤를 이어받아 잘 해나가던 곽빈이 흔들리기 시작한 7회초 이후 감독은 미친짓을 시전합니다.

 

김원중과 정철원이 3연속 등판..... 연습경기까지 치면 7일 동안 5번째 등판

둘 다 심각한 연투로 구속이 10km/h 가까이 떨어지는 등 안 좋은 컨디션인 것이 역력했는데도 불려나와 힘들어하는 것을 본 롯데와 두산팬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선발이 원태인이라는 소식이 뜨자 삼성 팬들 뒷목잡고 쓰러짐...

 

국대에 뽑혀가면서 어느 정도의 혹사와 무리는 각오한 바입니다.

중요한 경기에서 이기지 못한 건 실력 문제고, 그것은 분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노력해야죠.

하지만 우리팀 귀한 선수가 매일매일 아무때나 대책없이 끌려나오고, 팔이 아파서 찡그리는 모습만큼은 보고 싶지 않았어..

 

호주전과 일본전은 화나고 쪽팔리는 졸전이 맞지만, 

체코전은 그냥 최악이었습니다.

 

 

2023 WBC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한국: 중국] 22:2

경기일자: 3월 13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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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8강 진출은 실패한 상황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

파격 세일 창고대개방 정신으로 20안타 22점 두번의 만루홈런을 뽑아내며 경기를 5회 콜드로 빠르게 마무리했습니다.

 

전력 차이도 나고 중국이 원래 그렇게 야무진 팀이 아닌 것도 사실이지만, 그걸 감안해도 심각하게 무너졌습니다. 그래서 굿겜이라고 하긴 민망하긴 해도 WBC 신기록(최다 안타, 최다 타점, 만루 2번)을 세우면서 아아주 약간 기분은 냈다는 게 위안.

WBC 내내 혼자 미쳐 날뛴 박건우와 주눅도 안 드는 강백호, KBO고 WBC고 나발이고 언제나 잘치는 이정후, 그리고 대놓고 큰 거 노리더니 결국 마지막에 만리런 때린 김하성 등 타자진의 활약은 대단했죠.

 

한편 투수 혹사 문제로 분위기가 날카로워진 가운데, 싱싱하게 튀어나온 소형준을 보면서 수많은 이들이 '이럴 거면 왜 그랬을까' '어디서부터 꼬였던 걸까' '만약에 소형준이 한일전 선발이었으면...'같은 생각을 하며 수천개의 멀티버스가 탄생했습니다. 

 

그렇게 씁쓸하고 가슴 아픈 대한민국의 2023 WBC는 막을 내렸습니다. 

....야구는요.


후폭풍

야구장 안에서는 단순하다.
야구를 못해서 졌다.
하지만 야구장 밖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번 대회가 남긴 것은 단순한 2패나 8강 진출 실패나 국제대회에서의 연이은 부진같은 것이 아닙니다.

 

1. 투수의 혹사와 야구팬의 내분

 

우리팀 선수가 국가대표팀에 불려가면 당연히 무리할 건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대니까 자랑스럽게 보냅니다.

좋은 경험을 쌓고,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이죠.

 

2023 WBC 대표팀 등판 일지

 

그러나 이번엔 까놓고 말해 가장 준비를 잘 해온 투수들만 심하게 굴려져서 결국 마운드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욕을 먹었는데, 문제는 그 투수들이 딱 특정 팀뿐이라서 해당 팀팬들이 폭발.

 

하필이면 거의 안나온 팀들이 국대 감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거나 시합 전 스포트라이트를 훨씬 많이 받았고, 오타니 사구 발언으로 분위기를 다소 험악하게 만들기도 했기 때문에 각팀 간의 감정의 골이 매우 깊어진 상태입니다.

원래 야구판이 진짜 정글같은 곳이긴 하지만 이번 분위기 진짜 역대급...

 

그리고 자기팀 선수만 페이스를 특별히 조절해 달라고 했던 염경엽 LG 감독은 부적절한 외압을 이유로 대한체육회에 고발당했습니다.

하하... 개판....

 

2023 WBC 염경엽 감독 기사

 

물론 서로 친분있는 감독끼리 사적으로 가볍게 나눈 이야기였을 수도 있지만, 그걸 자기 입으로 말해버린 실수는 둘째치고,

 

2023 WBC 이승엽 감독 인터뷰2023 WBC 정철원
하지만 이승엽은 몰랐겠지 진짜 팔 빠질 뻔할 줄은........

 

이승엽 두산 감독은 "팔이 빠지게 던지고 와라."며 어린 투수들을 보냈고 삼성 라이온즈의 박진만 감독 역시 팀에서 유일하게 차출한 원태인에게 "태극마크를 단 순간부터 팀의 선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선수"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재조명되어 더욱 까이고 있습니다.

박진만도 원태인이 6명 몫을 할 줄은 몰랐겠지

 

설마 진짜 진심으로 부정 청탁 및 팀 차별이라거나, 안 나온 선수들이 열심히 안 하고 일부러 드러누운 거라곤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실제로 준비를 더 잘해온 선수가 손해를 보는 듯한 상황이 나온 것은 사실입니다.

차라리 다같이 골고루 던지고 다같이 망하거나

혹사당했지만 이겨서 욕이라도 안 먹으면 참아보겠는데,

이도저도 아닌 최악의 결과만 나와 걷잡을 수 없는 불씨가 된 것.

 

+) 와 그리고 감독 인터뷰 꼬라지가 최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필 저딴 감독한테 빌려줘가지고 이게 무슨 일인지 진짜 울고 싶다...........


2. 점점 더 커지는 압박감과 비난

 

또 국가대표팀에 대한 압박과 비난이 점점 더 심해지는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당장 투수 혹사 문제가 제대로 부상하게 된 것은 체코전 이후였고, 그 전까지는 선수들의 실력이나 수준에 대한 비난만 있었습니다.

해설위원이 7일 5등판한 선수한테 "저렇게 던지면 안된다"라고 짖어댄 수준이니 대중들의 반응은 안봐도 뻔하죠. 

 

솔직히 '중국전 선발 원태인'이라는 정신나간 발표와 체코전 이후 정철원이 덕아웃에서 팔을 펴다가 얼굴을 살짝 찡그리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더라면 혹사 문제는 기사로 나오지도 않았을지 모른다는 킹리적 갓심이 듭니다.

 

현재 한국 야구의 수준은 국제적으로 매우 떨어져있지만,

국제 스포츠를 다루는 한국 언론과 같은 야구인들의 태도는 그냥 저질입니다.

 

2023 WBC 거지같은 kbs 썸네일
이게 공영방송이 4연투 투수들한테 하는 꼬라지...

 

KBS는 자극적인 썸네일과 문구로 여느 유튜브 렉카 못지 않은 어그로를 끌어댔으며, 야구도 모르는 기자들이 써대는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야구를 잘 모르는 대중들에게 야구 경기를 설명해야 한다는 본분과 책임을 잃은 모습이 정말 대단히 좆같았네요.

 

국제대회 3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사실은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고, 한국 야구계의 인과응보이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미친듯한 압박과 날선 난도질이 과연 발전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문제는 분명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2023 WBC 김현수 기사

 

당장 국가대표팀 주장인 김현수가 "같은 야구인 선배님들도 선수들에게 비난보다는 힘을 달라."고 할 정도로 부담감이 심각한 상황.

그런데  발언이 '못해놓고 무슨 말이냐'라고 까이는 실정입니다.

아니, 병역 면제받고 런한 추신수도 아니고 15년간 국대 10번 한 김현수가 이런 말 하나를 못해? 

김현수가 보통 나서서 이런저런 말을 얹지 않는 타입이라는 걸 생각하면 정말 서운하고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먼저 성적을 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압박감에 회식 한번 못했다는 김광현의 말도 있는데, 그런 부정적인 압박감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 자칭 야구계 원로와 방송,언론계라는 것이 큰 문제죠.

상대적으로 은퇴한지 얼마 안된 선수들은 확실히 선을 지키면서 선수들에게 이입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박찬호씨가 잘 나갔던 건 벌써 한 세대 전이구요. 이순철은 기억도 안나

지금은 한국 야구 안보고 선수 이름도 몰라서 "내외야 다 뛰는 김건우" "61번 선수"라는 말을 남기셨습니다.

그 외의 자칭 야구인들도 개인 유튜브나 방송에서 정신론, 입으로 싸는 악플, 결과만능주의만을 투머치로 쏟아낼 뿐이었고, 조회수 잡았다고 신난 언론 역시 이를 더욱 자극적으로 포장합니다.

 

정확한 원인 분석 없이, 왜 패했는지에 대한 고찰 없이 "정신차려라"라는 결론으로 나오는 것은 그냥 화풀이일 뿐입니다.

그런 화풀이들이 되풀이된 결과 이젠 풀리지 않는 거대한 장애물이 되었습니다.


...야구를 못해서, 경기에 져서가 아니라 그 외의 온갖 이유와 후폭풍으로 기분 정말 더럽네요.

 

하지만 이걸 선수들에게 돌리고 싶지 않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경기장 밖의 일이니까.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모두 고생했고, 무사히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제발 푹 쉬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