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무패를 달리는 일본 vs. 우승후보 미국을 꺾은 독기의 멕시코가 만난 WBC 준결승.
지금까지 본 이번 WBC 경기 중에 최고로 크레이지한 경기!
오늘 경기 한줄평:
이게 야구다
경기 결과
| 점수 | 안타 | 홈런 | 삼진 | 실책 | |
| 멕시코 | 5 | 9 | 1 | 9 | 0 |
| 일본 | 6 | 10 | 1 | 9 | 0 |
경기 리뷰
양팀 선발 투수부터 만만치 않았는데,
오타니의 팀메이트이기도 한 에인절스의 좌완 투수 패트릭 산도발 vs. 일본 최고의 기대주 사사키 로키.
투수전 초반은 멕시코가 우세.
확실히 사사키는 아직 좀 어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게다가 구속이 빠르긴 해도 수준 높은 타자들에겐 160km/h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네요.
그래도 굉장히 잘 막아내고 있었는데 4회 들어 투구수가 점점 많아지더니 2사 1,2루의 위기에서 훌리오 유리아스에게 3점 홈런을 맞습니다. 점수는 3:0.
그러나 포기하긴 이르죠. 4회말, 일본도 클린업 타선이 들어오면서 기회를 잡지만...
무라카미야....
그걸 삼진을 당하니..........
WBC 내내 혼자만 정말 정신 나갈 정도로 안 풀리고 있는 무라카미를 건너 5회 초에는 오카모토 카즈마의 엄청 큰 좌측 타구가 날아가는데...!
????????
홈런 도난당함
진짜 띠용....
분명히 펜스 맞고 넘어가는 타구였는데 그걸 보면서 침착하게 타이밍을 가늠해 점프해서 잡아내는 랜디 아로자레나의 크레이지한 호수비가 터집니다. 그리고 아로자레나의 악몽은 이제부터 시작되는데...
그리고 경기 중에 관중들한테 사인회까지 해줌ㅋㅋㅋㅋㅋ 얘 뭐임...
그래도 5회말, 일본이 멕시코의 마운드가 흔들리는 틈을 타 다시 한번 기회를 노립니다.
2아웃 만루까지 채우지만.....!
아로자레나가 마지막 플라이를 가볍게 받아내면서 허망하게 잔루만루.
6회초에는 오타니가 안타를 치고 나서 포효를 하는 세레모니를 보여주었습니다.
오타니 평소엔 진짜 조신하고 조용한 편이었는데 국가대항전은 못 참지... 게다가 이전 타석까진 오늘 좀 안 풀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컸던 것 같습니다. 오늘 내내 리액션이 미쳤음
하지만 바로 다음 요시다의 병살성 안타로 순삭당함ㅋㅋㅋㅋㅋ.........
그리고
무라카미 어떡하니.............
무라카미는 도무지 칠 것 같지가 않고, 무라카미만 빼놓고 2이닝 연속 무사 만루를 채우지만!!
또!!!!
또!!!!!!
아로자레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뻗은 타구가 왼쪽으로만 가면 귀신같이 나타나는 아로자레나에게 번번이 막히면서 2연속 잔루만루.
아 진심 오늘밤 일본 야구팬들의 꿈에는 아로자레나가 나올 듯
일본야구팬은 아로자레나의 꿈을 꾸는가
이제 슬슬 교착 상태가 이어집니다. 이닝이 길어지고 약간 진 빠지는 전개가 이어지는데요.
야구의 법칙 중에 하나가,
이럴 때 먼저 놓는 팀이 집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야구계의 명언은 정말로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끝이 올 때까지 끈질기게, 지치지 않고 버티는 팀이 이기는 거예요.
눗바의 잘 친 타구마저 아로자레나가 쳐묵하면서 일본 이대로 끝나나 했지만, 곤도가 잘 치고 오타니가 볼넷을 얻어 나갑니다.
이탈리아전 때도 느꼈지만, 동료에게 턴을 건네주는 오타니의 플레이는 정말로 귀한 것이에요.
그리고 그 뒤를 이어받은 요시다가 이번엔 오른쪽으로 3점 동점 홈런을 쌔리면서 극적인 동점! 3:3.
이제 다시 경기는 원점.
그러나 먼저 흔들리기 시작한 건 일본으로, 잘 던지던 야마모토가 8회 초에 1실점에 연속 3피안타를 맞으며 불안감을 조성합니다.
유아사로 투수 교체가 이루어졌지만, 멕시코는 도루를 감행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으로 찬스를 만들었고 결국 적시타를 때려 5:3.
하지만 멕시코는 불펜이 불안하다는 평을 들었던 팀답게 리드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8회말에 지저스 크루즈가 몸맞공-안타를 주고 맙니다. 일본도 쓰리번트까지 가는 투지를 보여주면서 결국 희생타로 5:4.
자... 이제 9회말.
일본의 공격은 3번 오타니부터 시작.
진짜 오타니는....... 정말로.....
정말로..... 멋있네요.
우중간을 깔끔하게 꿰뚫는 2루타로 진루.
달리면서 헬멧을 벗어던지는 평소답지 않은 행동까지.
그다음 요시다는 볼넷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타석에는 또다시 무라카미,
이번엔,
이제는,
드디어!!
여 기 서 이 걸 치 네?!
무라카미의 역전 적시타가 터지고, 2명의 주자가 들어오면서 일본은 그림 같은 9회 말 역전승을 거둡니다.
5:6.
이렇게 일본이 미국이 기다리는 결승전으로 진출합니다.
와... 진짜 오늘 경기 정말 미쳤어요.
이게 야구다.
아, 이래서 야구를 좋아해....
일본은 조편성에서 꿀 빨면서 올라왔다가 독기 가득한 멕시코를 만나 초반 힘싸움에서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노려서 결국 역전을 거두었습니다.
멕시코의 약점은 확실히 불펜이 맞았네요.
일본의 투수력도 예전 경기들에 비해선 좀 불안했지만 하지만 상대들이 다 호구라서, 멕시코는 불펜전이 되기 전에 어떻게든 최대한 점수를 뽑았어야 했음...
솔직히 일본은 거의 재앙 수준이었던 아로자레나의 존재(...)에 심지가 꺾일 만도 했는데,
9회말 선두 타자였던 오타니가 결코 끝까지 포기할 생각이 없음을 알리는 안타를 치고 나가 결국에는 무라카미, 정말 혼자 지지리도 못 쳐서 온갖 욕과 조롱과 압박감에 짓눌려가던 무라카미에게까지 찬스가 왔고,
거기에서 정말 만화 같은 역전 끝내기 적시타가......
아니, 전타석에선 어이없는 수준의 삼진을 당하고 본인 표정부터 완전히 기가 죽고 시무룩한 게 티 나서 안 되겠다 싶었는데, 역시 모르는 거군요. 얘 진짜 크게 되겠다. 정말, 정말 더 커질 듯...
그리고 스포트라이트는 무조건 무라카미에게 줘야 하는 게 맞지만, 볼넷으로 나가서 동료에게 뒤를 맡기고, 본인이 쳐야 할 때는 반드시 치는 오타니와 요시다도 그 이상으로 좋은 선수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라카미가 결국 터질 수 있었던 것도 같은 팀 3,4번이 정말 멋진 선배들이었기 때문.
그리고 일본 대표팀 감독의 김경문식 운용...
비록 아깝게 지긴 했으나, 이번 경기에서 가장 '크레이지한' 선수였음에는 이견이 없을 듯한 아로자레나의 활약도 너무나 재밌었습니다.
WBC의 남은 경기도 이제 하나, 마이크 트라웃의 미국 vs. 오타니 쇼헤이의 일본.
에인절스 시리즈도 아니고 뭐야
바로 내일 결승전입니다!
결승전 리뷰 보러가기: https://cabinetofwonder.tistory.com/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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