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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WBC 결승전 미국: 일본 경기 결과 & 리뷰

원더 2023. 3. 22. 14:19

wbc 결승 미국 대 일본 경기 결과

창대한 야구 축제의 끝

 

WBC의 마지막 경기, 미국 대 일본.

에인절스 시리즈

 

경기 결과 

  점수 안타 홈런 도루 실책
미국 2 9 2 0 0
일본 3 5 2 2 0

 

미쳐버린 빠따팀 미국 vs. 공수 밸런스가 좋은 일본.

둘 다 공격력이 좋아서 마구 두드리나 싶었는데, 의외로 양 팀의 타선이 스무스하게 돌지는 못했습니다. 일본의 1점을 제외하고 전부 솔로 홈런으로 난 점수.

진루를 하고도 번번이 맥이 끊긴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양팀의 투수들이 다 만만치 않았고 내내 집중력을 유지했다는 뜻이기도 하죠.

 

어제 있었던 준결승(일본:멕시코)는 야구 뉴비에게도 즐거웠을 경기라면,

오늘 결승전은 야구를 어느 정도 알아야 좀 재미있는 경기.

 

 

경기 상세 내용 

 

일본의 선발투수는 이마나가 쇼타, 미국의 선발은 한국이 역수출한 메릴 켈리.

이마나가는 트라웃에게 안타를 맞고, 켈리는 오타니에게 볼넷을 주면서 주자를 내보냈지만 둘 다 그다음 잘 틀어막으면서 1회는 무난하게 마무리.

 

그러나 2회초, 완전 제철인 트레이 터너가 몸 쪽으로 들어온 공으로 솔로포를 때려내며 미국이 1:0으로 앞서갑니다.

9번 타자가 대회 내내 5홈런 11타점이라는 미친 활약중....

 

그리고 갑자기 이어지는 2회말 공 한 개를 바로 쳐버린 무라카미의 솔로포1:1.

리드를 뺏기고 나서 흔들린 켈리는 결국 1사 만루의 위기 상황에서 카일 프리랜드로 교체됩니다.

눗바의 땅볼로 1점이 추가되어 1:2이 되긴 했지만, 바뀐 투수는 아론 루프가 더 이상의 실점은 없이 이닝을 마무리.

 

3회초에는 토고 쇼세이로 투수가 바뀌었고, 미국 입장에서 좋은 기회가 있었으나 결국 득점하지 못하고 물러갑니다.

3회말의 프리랜드도 오타니는 삼진으로 잡아놓고 요시다에게는 볼넷을 주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가 무라카미의 병살타로 끝.

 

팽팽한 교착 상태가 이어지나 했더니... 4회말 오카모토의 솔로 홈런이 터집니다. 1:3.

 

5회초에는 타카하시 히로토를 올렸는데, 주자가 있는 상태에서 마이크 트라웃, 폴 골드슈미트를 삼진으로 잡습니다. 

타카하시의 공도 좋은데 포수인 나카무라의 리드가 정말 좋네요.

한편 5회말에도 프리랜드가 2루에 주자를 내보내고도 잘 막습니다.

 

일본이 앞서는 상태이긴 하지만 미국이 워낙 빠따파워가 있으니 그리 안심할 수만은 없고, 또 미국도 일본의 단단한 불펜진을 쉽게 공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작 2점차, 머나먼 2점차.

확실히 수준이 높은 상대끼리 붙었을 때 흔히 보이는, 느슨한 듯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는 모양새. 

 

 

6회에는 가루빗슈 이토 히로미와 제이슨 아담이 대결. 

2사 후에 아담이 야마다에게 볼넷을 내주고, 야마다가 도루하고 나서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해서 2아웃 만루. 원래 컨트롤이 좋은 선수인데 갑자기 영점 조절 자체가 안 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미국 불펜에서는 준비가 덜 되어 있어서 아담을 바꾸지 못하고 1번 타자 눗바를 상대하는데...

눗바가 1라운드 이후론 영 빠져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할까, 플라이를 쳐서 아담은 더이상 실점하지 않고 내려갑니다.

 

6회부터 오타니가 불펜으로 대기 중이었는데, 아담이 흔들리고 타순이 돌자 불펜에서 덕아웃으로 뛰어감...

그리고 이닝이 끝나자 다시 장비 풀고 또 불펜행ㅋㅋㅋㅋㅋ......

 

7회초, 일본 투수는 오오타 타이세이는 선두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불길한 구름이 끼더니 무키 베츠의 안타로 노아웃 1,2루. 

그러나 트라웃의 무진루 플라이와 골드슈미트의 병살타로 위기를 빠져나갑니다. 

신기하게 7회말에 올라온 미국 투수 데이빗 베나르도 병살타로 이닝을 마무리합니다. 싸대기 이닝이네요.

 

이제는 마무리 타임....

8회초에는 다르빗슈 유가 등판했고, 2번째 타자인 카일 슈와버에게 솔로 홈런을 맞아 2:3이 됩니다. 

와 슈와버 진짜 무서워서 이러다 치겠다 싶었는데 계속 몸 쪽으로 던져서 홈런 맞은 건 거의 인과응보임....

그리고 터너가 안타를 치면서 분위기 갑자기 미국행.

하지만 다르빗슈가 그대로 문단속을 하면서 추격은 1점에 그칩니다.

 

8회말, 미국 마운드는 데빗 윌리엄스가 책임집니다.

개쩌는 체인지업으로 물 올랐던 무라카미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것을 시작으로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습니다.

 

9회초, 일본의 마지막 투수는 오타니 쇼헤이.

마무리로 나오는 건 처음이고 본인도 약간 긴장한 것 같은 모습이었는데, 구속은 좋지만 컨트롤이 약간 빗나가는 모습을 보이며 선두 타자 제프 맥닐에게 볼넷을 주고 마는데....

그러나 오타니는 USA를 외치는 미국 홈 관중들의 엄청난 함성을 등에 지고 무키 베츠를 병살타를 잡아냅니다.

 

그리고 마지막 타자....

아니 어쩜 이렇게 되지.

오늘의 9이닝, 아니 솔직히 좀 과장 보태서 모든 WBC의 경기가 이 한 장면을 위해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드라마 그 자체.

오타니는 선발 예정은 아니었지만 마무리로까지 나올지 말지는 알 수 없었고, 하필이면 결승전 9회 2아웃 후에 트라웃 타석이라니 이건....

 

wbc 2023 결승전 오타니 대 트라웃

오타니 쇼헤이 vs. 마이크 트라웃.

 

메이저리그에서 4년째 한솥밥을 먹고 있는 팀메이트,

각자의 국가대표로 팀은 한번도 가본적 없는 결승전까지 올라와서,

WBC의 마지막 공을 두고 벌이는 투수 대 타자로서의 대결.

 

찐육성으로 와~~~~~~ 와..................

오타니는 막 등판했을 때만 해도 약간 긴장한 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병살타로 주자를 지운 후 안정감을 찾은 건지 팀메이트와 두 번 있기 힘든 대결에 집중력을 높인 건지 트라웃에게 던지는 공은 하나하나 혼을 던진다는 느낌.

와.. 어지러워....

 

wbc 결승 미국 대 일본 오타니 마무리와 트라웃의 삼진

 

그리고 풀카운트에서 트라웃이 헛스윙 삼진!

미친 공 바깥쪽에 걸친 거봐 진짜 소리지름.............

 

2023년 WBC는 이렇게 일본의 세번째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 이번 WBC 감상

wbc 결승 미국 대 일본 경기 결과 일본 우승

 

이번 WBC는 오랜만에 열리는 국제대회라 시작부터 각 나라가 모두 최고의 라인업을 꾸리면서 기대감을 높였는데요.

매 라운드 경기마다 놀라운 이벤트가 연달아 터지고,

쫄깃한 명승부와 아름다운 굿겜들이 펼쳐지면서 전세계에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알려주었습니다.

 

특히 '마이크 트라웃의 미국과 오타니 쇼헤이의 일본'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걸린 결승전은 정말이지 화제성의 끝판왕.

 

양팀 모두 일정 이상의 수준에 다다랐을 때에만 볼 수 있는 요상하게 재미없는...경기이긴 했지만, 

공략이 까다로운 투수+투수가 좀 흔들려도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음+탄탄한 수비+홈런이 아니면 점수 내기 어려울 정도로 한편에 유리한 흐름이 계속 이어지지 않음

완전히 제철을 맞아 날아다니는 9번 타자 트레이 터너, 존버와 믿음끝에 떡상한 무라카미 코인, 안 치는 날이 없는 무키 베츠나 오카모토 카즈마(요시다는 잘 치다가 오늘은 조용..), 덕아웃과 불펜을 와리가리하면서 마지막을 장식한 오타니 등 구경거리는 충분했습니다.

 

진짜 재미있고 멋진 야구를 볼 수 있었던,

가슴이 두근거리는 야구 축제였어요.

.............

.....한국만 빼고.

 

진짜 일본 선수들이 다 뛰어나와서 환호를 지를 때, 

조금, 아주 조금 슬펐어.

 

'우리나라였다면 좋았을 텐데'라기보단,

'우리나라는 저기까지 갈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서.

...네. 솔직히 말하면, 못 가요.

이번 WBC에서 보여준 한국팀의 경기력은 거의 빠따만 좀 되는 중국 정도였습니다. 다만 저는 WBC에서 보여준 모습이 우리 대표팀이 원래 실력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확신하고 있긴 합니다. 그냥 감독이 다 잘못했어

뭐, '원래 실력'도 현재 발전하고 있는 다른 모든 팀들에 비하면 안심할 수준은 전혀 아니지만.

 

하지만 어제, 그림같은 역전패를 당하고도 "이것은 야구계의 승리다."라고 말했던 멕시코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서 생각했어요.

이렇게 수준높고 화끈한 경기력, 드라마같은 승부, 전세계의 야구팬이 늘어나게 된 멋진 에피소드들이 가득한 대회에서 

우리나라만 졌어요.

 

경기에 대한 준비가 형편없었다는 점도 분명하지만, 

"이겨야 한다", "다 져도 일본한테는 지면 안된다" "정신력의 문제"같은 말들로 우리 선수들은 멘탈적으론 잔뜩 주눅들고 긴장한 채, '전세계의 야구 축제'에서 혼자 엄근진우울예민부담 모드였던 유일한 팀이었고요.

한국인이 단 한순간이라도 경기를 즐긴 적이 있었나?

 

.....하지만 뭐, 지나간 건 지나간 거고.

오히려 이번에 너무 엉망이라 앞으로 나아질 길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정신나간 낙관적 회로가 돌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응... 잘하는 것보다도, 멋있는 야구를 했으면 좋겠어. 

 

네, 다음도 물론 보고 있을 거예요.

이번 기회에 NPB와 MLB, 세계 야구에도 관심이 생기긴 했지만, 저는 어쨌든 한국의 야구팬이니까요.